향심기도
2024.03.22 10:35

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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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240324 향심기도 백그라운드(홈피용).jpg

 

힘과 통제의 욕구에 대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1~20년 전만 해도 시나 도 경계를 넘어갈 때 경찰 검문소가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했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찰관에게 “당신은 경찰관으로서 저에게 신분증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제가 현행범도 아니고 당신에게 영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습니다.”라고 하며 운전면허증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그런 권리가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러면 경찰관이 ‘이놈 봐라!’는 표정을 지으며 차적조회를 하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끌며 이것저것 조사를 합니다. 그렇게 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저를 보내며 형식적인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 저는 경찰관을 불러 세우고는 “이보세요.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어, 이렇게 시간을 지체하게 했으면 정중하게 사과를 해야지 그게 뭡니까?”라며 따집니다. 경찰관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안녕히 가입시더.”라고 말하며 거수경례까지 합니다.


언젠가 제가 자주 가는 피정집 수녀님들을 모시고 남해-창선대교를 건너가다가 검문을 받게 되었는데, 제가 여느 때처럼 하는 것을 보고는 수녀님들이 그냥 면허증 보여주면 금방 끝날 텐데 왜 그러느냐고 물었습니다. 경찰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인데 마치 자신들의 것인 양 위세 부리는 모습이 꼴사나워 그렇게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집으로 돌아와 ‘숨은 동기’를 살펴보았더니 힘과 통제의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별명이 갈비였을 정도로 체구도 작고 약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이나 시달림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힘을 길러 언젠가는 다른 아이들을 눌러 이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사제로 서품되고 나니 제 뒤에는 가톨릭교회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어 그것을 믿고 권력기관인 경찰에게 대들었던 것입니다. 


‘숨은 동기’를 찾아내고 난 뒤부터는 경찰관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운전면허증을 보여드리고 수고하신다는 인사까지 건네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안전과 생존의 욕구, 애정과 존중의 욕구, 힘과 통제의 욕구는 우리의 내면(무의식)에 자리 잡고 앉아 한평생 동안 우리의 모든 말과 행동, 가치관 등을 통제하고 조정(지배)하는데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자신의 감정을 건드려 기분이 좋지 않거나 좋았을 때, 사실은 그의 말이나 행동이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세 가지 욕구 중 하나를 의식 속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인데, 그렇기에 감정 변화의 원인이 본인에게 있음에도, 우리는 그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로 돌립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영적으로 점점 퇴보하게 됩니다. 


우리가 미사 중 참회 예절 때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고 하는 의미도 바로 그런 의미, 감정 변화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감정을 변화시키고 말과 행동을 지배하는 세 가지 욕구는 무의식 속에 있기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치유자이신 성령만이 그것을 치유하실 수 있는데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가 관상기도를 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상기도 중에 일어나는 은총 중의 하나가 내적(무의식) 치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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