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잇고 문화 렛잇비 신앙
2021.09.23 14:56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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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유도, 조구함
사실, 정말 자신 있었거든요. 방심한 건 아닌데, 아, 정말 강했습니다. 오늘. 진짜 제가 여태까지 잡아 본 상대 중에 가장 강했어요. 정말 빈틈이 없었고, 몇 번의 찬스가 생겼을 때도 방어를 기가 막히게 하더라고요. 그 부분에서 선수로서, 인정을 했기 때문에, 손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때(리우 올림픽)는 노메달이 제가 계속 운동을 할 수 있게 해 준 이유라면, 지금 은메달은 또 한 번 도전하라는 의미라고 생각을 하고, 사실 적지 않은 나이인데, 은메달 따고 은퇴하기 너무 아쉬워서, 파리 올림픽까지 한 번 해보려고요.

 

210926 4면 조구함선수(홈피용).jpg

사진출처: 경향신문(AP연합뉴스)


사실 무조건 이기고 싶지 않았을까요? 이기고 이겨서 금메달까지 따는 것이 제일 큰 목표이자 바람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조구함 선수는 승리보다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준결승 경기 도중 상대 선수 손에 쥐가 났습니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서 이겨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당연시할 수 있는 스포츠 경기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조구함 선수는 상대가 손을 풀도록 기다려주고, 공격할 때도, 본인이 도리어 불리해질 수 있는 여건임에도, 상대의 아픈 손을 공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승에서 만난 상대에게 연장 승부 끝에 패했을 때는, 그 선수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인정해 주었고 상대도 감사해하며 눈물 흘렸습니다. 내가 한 최선과 열심을 상대도 다했음을 알기에,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 줄 수 있었습니다. 


태권도, 이다빈
준비가 잘 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은메달에서 멈춘 것을 보면, 제가 금메달을 딴 선수보다 간절함이 조금 덜했거나 어느 부분에서 분명히 부족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준비하는 기간에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제가 한 만큼 결과를 받아들이는 거라고 생각해서, 이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올림픽이 끝난 것에 대해서 후련함도 있었고, 상대를 축하해 줘야 하는 것도 맞는 거기 때문에, 밝은 미소로 상대를 축하해 주고, 웃으면서 그렇게, 이제 내려올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210926 4면 이다빈선수(홈피용).jpg


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긴장감이나 비장함 대신 방실방실 웃는 얼굴을 보여준 이다빈 선수, 경기를 이겼을 때는 자신의 승리에만 심취하기보다 패한 상대를 위로하고, 졌을 때는 속상해하거나 분해하기보다 웃으며 상대를 축하해 주고 손가락 ‘따봉’으로 추켜 세워주었습니다. 이다빈 선수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한계’란 것은, 내가 더 이상은 할 수 없구나,라는 부정적 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라는 긍정적 선이기도 합니다. 


조구함 선수도, 이다빈 선수도 똑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노력에 대한 긍정과 존중감이 큰 만큼,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감도 커집니다. 그게 바로 ‘자존감’입니다. 내가 남보다 잘한다는 자신감, 내가 남보다 잘났다는 교만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자존감이기에, 상대에 대한 업신여김이나 미움 없이 똑같이 존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똑같이 이웃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배구, 여자 배구팀
끝까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하나로 똘똘 뭉쳐서, 팀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연경, 예선 일본전 후
오늘 경기는 많은 분들이 볼 만한 경기였다고 생각을 하고, 하지만 저희한테는 아직 남은 게 있잖아요. 아직 2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끝까지 해서, 많은 분들이 바라는 거를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연경, 8강 터키전 후
처음에는 서브를 때릴 때 언니들이 자신 있게 때리라 해서 자신 있게 때렸고, -박은진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너 공격하러 들어간 거라고, 그렇게 계속 옆에서 이제 저를 북돋아 줘서 너무 좋았고 진짜 눈물 났어요. -박정아
12명이, 한마음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따로따로가 아니고 다 같이 하면, 그게 힘이 워낙 커진다는 거를, 저희끼리도 실감을 하고 있고. -양효진
잡아주는 언니 있고, 때려주는 언니들 있고, 후배들 있으니까, 저 또한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염혜선
모두가 자매처럼 뭉쳐 아주 특별한 힘을 내고 있다. 이 힘으로 우리는 한 계단씩 계속 올라갈 것이다. -라바리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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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를, 당신 생명을 함께 나누는 삶으로 부르시고, 우리는 그런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삶을 만들어갑니다. 나 자신을 실현하고 나를 사랑하는 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나실현’, ‘나사랑’의 길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날까요? 그것은 바로 ‘공동체’를 이루려는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나’는, 오직 공동체적인 ‘우리’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습니다. 내 모든 것을 걸고 하느님을 사랑하고, 나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태도를 통해, 하느님과 이웃과의 공동체가 실현되며, 그 순간 ‘나실현’ 또한 이루어집니다. 상대를 나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때, 무리 안에서 나만 잘 나기보다 나로 인하여 모두가 빛나도록 조화로운 태도를 가질 때, ‘나’와 ‘우리’는 동시에 실현됩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교회를 통해서 오지만, 제도적 교회 안에만 한정 지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모든 곳에 하느님은 함께하십니다. 일상생활과 교회생활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일상의 ‘모든’ 삶은, 바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기회의 순간입니다. 세상 어디서나, 언제나, 누구와도(하느님께서 ‘모두’를 부르셨으니),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이, 바로 선교하는 것이고 복음화를 이루는 것이며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다양한 노력과 관계들, 즉 스포츠, 축제, 개인적 만남, 참된 인간관계 등등은 단순히 인간적인 현실만이 아니다. 그것들은 그 자체로 내용성을 갖고 있지만, 또한 그것들이 보여 주는 아름다움, 무조건성, 깊이, 그리고 선함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또 다른 실재를 상징한다. 바로 하느님의 은총이다. 생활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사랑은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모두 가진 그대로 인간의 사랑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모든 것들은 또한 또 다른 큰 사랑, 또 다른 큰 축제, 또 다른 큰 열광에 관한 비유이다. 하느님의 은총은, 여기서는 변혁을 가져오고, 저기서는 정화하고, 정의롭게 하면서, 모든 것을 하느님과의 궁극적인 만남으로 인도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세속적인 현실과 융합한다. -레오나르도 보프, 해방하는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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