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1.07.28 17:13

별을 바라보라Respice stella

조회 수 89
Extra Form
저자 수정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

오늘(금) 아침 5시 30분 아침기도를 바치기 직전, 갑자기 성당 바깥에서 여러 대의 풀 베는 기계 소리가 와앙~ 들리더니, 활짝 열어놓은 성당 창문들을 통해 들려오는 그 기계 소리에 묻혀 저희들의 기도 소리는 아주 빈약한 소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여름이 되면 무성하게 자라나는 수도원 주위의 풀들을 저희 수녀들의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어 관공서의 의뢰를 받은 용역업체의 도움을 받는데, 이분들이 여름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피해 아침 일찍 기계 풀베기 작업을 시작하신 것이었습니다. 


델타변이 확산과 거리두기 격상 및 또 다른 변이 속출 소식,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폭염, 폭우, 산불 소식들과 전쟁과 테러, 온갖 폭력의 공포와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많은 아픈 사연들 속에 마음이 먹먹해 있었는데, 오늘 이분들처럼 이 땅에 사는 수많은 이들이 새벽부터 땀 흘려 일하는 정직하고 깨끗한 노동 덕분에 우리 사회가 이렇게 유지되고 있다는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하느님께서 명하신 인간 노동, 특히 육체노동의 신성함에 감사드릴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손으로 일해서 벌어먹을 때 진정한 수도승이 된다 하신 사부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처럼, 저희의 육체노동이 세상의 모든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하느님 아버지의 구원하시는 창조사업에 협력하는 고귀한 도구가 될 수 있음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8월 15일은 우리 어머니 성모님의 성모 승천 대축일이면서, 성모님의 특별한 보호하심 아래 일제 강점기에서의 해방을 맞은 우리 민족의 광복절입니다. 한국과 일본과의 풀리지 않는 역사의 매듭들이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신 성모님의 전구하심 안에서 하나 둘 풀려가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8월 20일은 저희 시토회 초기 사부 중 한 분이신 ‘꿀처럼 단 박사Doctor Mellifluus’ 성 베르나르도 성인 대축일이기도 합니다. 수도승이며 교회 학자이신 성인께서는 12세기 저희 시토회뿐 아니라 유럽 사회와 교회 안에 위대한 족적을 남기셨으며, 그분의 신학과 수도 신비신학 사상은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특히 성모 마리아님께 대한 깊은 신심으로도 유명하십니다. 


성모님께 대한 희망과 신뢰를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설교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그분의 설교 중에 ‘별을 바라보라Respice Stella’를 소개하며 성인의 전구도 아울러 간청합니다. 온 인류가 다 함께 코로나 대유행과 기후 위기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이 여정에 당신 아드님 예수님과 동행하시며 힘을 주고 계시는 성모님의 전구 안에서 하느님의 깊은 위로와 사랑을 만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 세상의 항로 안에서 지상을 걷기보다 격류에 휘말리며 폭풍을 만났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파도에 휩쓸려 가지 않으려 한다면, 이 별빛에서 눈을 떼어서는 안 됩니다. 유혹의 폭풍이 불 때, 
고통의 암초에 부딪쳤을 때, 별을 우러르며 마리아를 부르십시오. 교만, 야심, 중상, 질투의 파도에 휩쓸릴 때 별을 우러르며 마리아를 부르십시오. 성급함, 탐욕, 혹은 육의 유혹이 마음속 작은 배를 흔들어 놓을 때 마리아께로 눈을 돌리십시오. 죄의 무게로 마음이 흐트러지고 양심의 더러움으로 힘을 잃었을 때, 심판의 두려움에 떨고, 슬픔의 심연, 절망의 계곡에 빠지려 할 때 마리아께 마음을 돌리십시오. 
위험에 처했을 때, 곤란을 당할 때, 걱정스러운 일이 있을 때 마리아를 생각하며 마리아를 부르십시오. 
입으로는 끊임없이 마리아를 부르며 마음으로는 마리아를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마리아의 전구로 하느님의 은총을 받기 위해 그 생활의 모범을 따르십시오. 마리아의 뒤를 따른다면 방황하는 일이 없으며, 마리아께 청한다면 실망하는 일이 없고 마리아께 배운다면 잘못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분이 지켜준다면 넘어지는 일이 없고 그분이 보호해 준다면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그분이 인도해 준다면 지치는 일이 없으며 그분이 호의를 가진다면 이윽고 항구에 도착하게 될 것입니다.”

 -성 베르나르도, “Missus est” 제2설교.

 

210801 8면수도자 백그라운드(홈피용).jpg

 


  1. 탈출기의 시작: 모세의 탄생(탈출 1,1-2,10)

    Date2021.08.19 Category구약성경 순례 Views111 file
    Read More
  2. 성조들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유다와 타마르 이야기(창세기 38장)

    Date2021.08.05 Category구약성경 순례 Views225 file
    Read More
  3. 별을 바라보라Respice stella

    Date2021.07.28 Category수도자 Views89 file
    Read More
  4. 야곱의 일족이 이집트로 이주하다 (창세기 45-50장)

    Date2021.07.22 Category구약성경 순례 Views131 file
    Read More
  5. 요셉과 형들의 화해와 용서

    Date2021.07.08 Category구약성경 순례 Views367 file
    Read More
  6. “하느님 얼굴 그리며…”

    Date2021.07.01 Category수도자 Views217 file
    Read More
  7. 하느님의 섭리와 요셉의 인생 여정

    Date2021.06.24 Category구약성경 순례 Views386 file
    Read More
  8. 야곱의 여정 2: 인간의 불행과 하느님의 축복

    Date2021.06.10 Category구약성경 순례 Views505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21 Next
/ 2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