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순례
2023.12.26 11:55

전례에 정성을 다하는 금산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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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준호 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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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성당에 도착하면 높은 원기둥 위의 예수성심상이 보인다. 어서 오라며 두 팔로 다정하게 맞이하는 그리스도다. 성전 안으로는 가시관을 쓰고 승천하는 예수님께로 시선이 간다. 본당주보성인인 ‘임마누엘’을 떠올릴 때 “너희와 늘 함께 있겠다”는 말씀이 되살아난다. 금세 마음은 평화로움으로 물든다. 김유겸 베드로 주임 신부와 전·현직 사목회장을 만나보았다. 금산본당은 2008년 12월 29일이 설립일이다. 같은 해 12월 30일에 서품 받은 김유겸 신부는 금산본당에 두 번이나 부임했다 하니, 본당 사랑과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사목의 시노달리타스를 실천
김병구 스테파노 전 회장으로부터 금산본당의 특색을 들었다. 사목 조직의 슬림화가 그것이다. 원래 80여 개나 되던 크고 작은 단체들을 과감히 추려냈다고 했다. 신자들의 입장을 먼저 살핀 것이다. 오랫동안 피로해진 조직의 특성을 진단하고 재정, 시설, 사회복지 분과만 남겼다. 나머지 조직들은 주임 신부가 매개하고 소통하며 도움을 주었다. 사제에게 고생이 될 법했지만, 하던 소임을 하였을 뿐 힘들진 않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구역분과는 사목회 조직에서 빠졌지만, 예비자교리까지 맡으며 원래 하던 일을 충실히 했다. 각각의 소리를 듣고 소통하였다. 낮은 자세로 경청하는 ‘시노달리타스’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며 이기성 레오 초대 회장이 덧붙였다. 교우들의 부담을 줄이고 과감하게 실질적 운영을 한 것이다. 몇 년이 지나 이러한 경험은 다른 본당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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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에 정성을 다하는    
금산본당은 하대동본당에서 분가했다. 금산에는 본래 가방공소가 있었고, 아파트 단지에 많은 이들이 입주하면서 점차 구역을 확장하였다. 논과 벌판만 있던 곳에 젊은 세대가 많이 유입하였고, 진주의 여러 동네에서 모인 신자들의 특성도 달랐다. 초대 회장은 당시 분위기를 들썩이는 느낌으로 기억한다. 하대동과 망경동 등 성향이 다른 지역과 직업의 신자들이 한곳에 정착하여 각기 경쟁하듯 색깔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점차 활력을 주었고 나은 결과로 작용하였다. 그러길 몇 년, 본당이 안정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들은 초대 주임이었던 백남국 신부를 떠올렸다. 1년 만에 교구청 발령으로 떠나게 되어, 정들었던 신자들의 아쉬움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던 그때였다. 


코로나 시기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김유겸 신부가 부임하여 침체하였던 분위기가 올라갔다. 평일미사에 교우도 늘고 주일미사 참례 신자수를 회복하였다. 평일미사의 영성체 때, 밀떡이 떨어져 다시 가져다 줄 정도였다. 사제는 미사 전 고해소에 언제나 일찍 와서 앉아 있곤 했다. 미사 전례와 고해성사에 충실했던 사목에 신자들의 신심도 녹아들었다. 말씀의 전례와 성찬례의 신비에 집중한 게 점차 힘을 발휘하였다는 레오 회장의 설명이다. 주일미사에서도 향을 피워 분향하였다. 말씀의 전례와 성체성사야말로 교회를 살찌우고 먹여주는 본체라는 것이다. 그것이 울림을 낳고 신자들의 마음을 교회로 돌아오게 하였을 것이라며 사목회는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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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 성지순례와 성모의 밤     
묵묵히 전례에 충실하며 신심을 키워온 금산성당이다. 본질에 강조점을 둔 본당만의 뚝심이다. 그 가운데 성지순례와 성모의 밤이 특별했다고 이진형 이냐시오 사목회장이 말했다. 10월 22일 본당의 날에 충남 금산의 진산성지로 어린이, 어른 포함하여 교우 186명이 다녀왔다. 신해박해의 진원지며 복자 윤지충이 가족들에게 천주교를 전파한 곳이다. 사전에 자료를 충실히 조사하고 공부한 덕에, 순례 중에 퀴즈 행사를 진행하며 알찬 성지순례로 운영하였다. 영성과 힐링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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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모의 밤도 특별했다. 미사 없이 ‘고통과 슬픔의 성모님께 바치는 노래’라는 테마로 운영하였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바라보며 촛불 파도타기를 하였을 때 감동은 극에 달했다. 모두 자신의 고통과 지향을 마주하는 가운데 묵주기도를 바쳤다. 자연스레 힐링과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성모님의 생애도 영상으로 보고 사제의 교리를 들으며 지적 충만 또한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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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을 준비하며      
2012년부터 사목회의 여러 자리를 거쳐 온 이진형 이냐시오는 젊은 회장이다. 예전에 본당의 중추였던 요셉회 어른들을 의지하던 때로부터, 세월이 흘러 이제 그들을 보살피는 나이가 되었다. 신자들을 연결하며 어떻게 잘 봉사할 수 있을까 늘 염두에 두고 있단다. 더하여 새로운 신자들의 유입이 좀 더 힘을 내어 모자람이 채워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봉사하며, 후회 없는 시간이 되려고 한다. 실제로 금산성당에는 안드레아회로부터 바오로회, 요셉회에 이르기까지 연대와 시스템이 탄탄하다. 데레사회와 모니카회도 마찬가지다. 소리 없이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돈독하다.


20주년을 향하는 본당이다. 한 해 한 해 역사를 쌓는 만큼 맛이 나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좋은 시절을 함께한 공동체는 신앙적으로도 더욱 성숙한 깊이를 자아내게 되길 바란다. 진주의 12개 본당 중에서 신자 수는 중간 정도이지만, 열심히 참가하는 숫자는 두 번째로 많을 것 같다고 이구동성이다. 그렇게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금산성당이다. 

 

 

※ ‘본당순례’ 원고는 이번 호로 마칩니다. 취재에 협조해 주신 본당 신부님과 신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취재해 주신 이준호 라파엘·조정자 이사벨라·황광지 가타리나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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