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4.02.07 16:15

2월에게 대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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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해영 마리아 동화작가

1월이 어디로 갔는지 보셨나요? 2월의 새초롬한 질문에 부랴부랴 달력을 열어보았습니다. 새해를 맞으며 세운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저에게는 뱃살 대신 복근이 살살 고개를 내밀어야 하고, 독후감은 열 장이 넘게 손에 남아 있어야 하건만 복근도, 독후감도 1월 달력과 함께 사라져 찾을 수가 없네요.


어린 시절 동그란 시계 모양 생활계획표에 ‘꿈나라, 공부하기, 숙제하기, 놀기, TV보기’를 빼곡히 채워 넣으며 뿌듯해하던 방학 첫날과 노는 시간과 TV보는 시간만 잘 지켰다며 혼이 나던 방학 마지막 날이 떠오릅니다. 만약 제가 그 많던 계획들을 잘 지키는 어린이로 자랐다면, 지금쯤 어마어마하게 훌륭한 인물이 되어 지구를 구하는 위대한 일을 하고 있을까요?


돌아보니 지금 저의 모습은 계획한 것을 다 이루지 못하는 대신 계획에 없던 일을 해냈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23년 4월 16일 자 교구보 <가톨릭마산>을 읽다가 발견한 신인문학상 공모에 도전한 것 또한 계획에 없던 일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런저런 글을 조금씩 써서 모으고는 있었지만, 세상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과 저에 대한 불신으로 버무려진 망설임이 컸기에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마태오복음 7장 8절 말씀은 저에게 세상을 향해 한 발 나서라는 응원가처럼 들렸습니다. 부끄러움과 두려움 뒤에 숨어 있지 말고 두드리는 용기를 내라는 북돋움이었지요. 그 말씀에 용기 내어 도전했고, 감사하게도 동화 부문에서 수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2023년 1월 1일에 세운 계획에는 없었던 일이고,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 결과로 이렇게 매주 받아 읽기만 하던 <가톨릭마산>에 글을 쓰게 되었네요.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인간의 삶을 B와 D사이의 C라고 했다지요. 출생(Birth), 사망(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라는 뜻이랍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는 날까지 수많은 선택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 인생이 한 문장 안에 다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결혼, 취업, 진학처럼 큰 사건에서부터 먹고 자는 소소한 일상까지 모두 고민하며 선택하지요. ‘그때 집을 샀더라면’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스러운 선택에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짬뽕을 먹을지, 짜장을 먹을지 망설이며 친구와 하나씩 시켜 사이좋게 나눠 먹는 즐거운 선택을 하기도 하지요. 누구도 선택의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엇인가는 변한다는 사실이겠지요. 


이제 2월에게 대답할 말이 떠올랐습니다. 흘려보내 버린 1월을 두고 낙담하지 않고 남은 2024년을 더 알뜰히 보살피겠습니다. 선택의 순간마다 흔들리고 고민하겠지만, 도전의 설렘이 가득한 선택으로 언젠가는 제 안에 묻힌 탈렌트를 두 배, 열 배로 키워내는 현명한 주님의 종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두 번째 시작을 응원해 주는 2월이 있어 ‘다시 시작’을 결심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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