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4.06.05 14:32

늘 깨어 있어라

조회 수 35
Extra Form
저자 김진희 세레나 시조시인/ 가톨릭문인회

“오늘, 말씀 듣는 태도가 제일 좋은 사람은 상을 줄 거예요.”


어릴 적 친구 따라 간 교회에서 목사님의 성경 이야기는 너무 신비스럽게 들렸다. 생각해 보면 아마 모세의 이야기인 것 같다. 매 주일마다 교회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마룻바닥에서 꿇어앉아 듣는 목사님 설교가 그리 가슴에 와닿을 리 없었을 것이다. 반쯤 누운 채로 있는 아이, 장난을 치며 등에 낙서하는 아이, 소곤거리는 아이들로 산만한 주위 분위기는 집중해서 들어야만 했다. 아무튼 그날, 목사님의 성경 이야기에 나는 거의 푹 빠져 있었다. 


예배가 끝나자 자세가 좋은 아이에게 상까지 준다니…. 예수님 얼굴이 그려진 사진 3장을 처음 받았을 때 큰 보물인 양 안방 벽에 풀칠을 해서 딱 붙여 놓았다. 


부모님은 당시 절에 가끔 다니며 경을 외우기도 하시는 분들로 벽에 붙여진 사진을 보고 크게 야단치셨다. 내가 신앙을 이해하기는 아직 어린 나이라 부모님의 태도에 실망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때는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 믿음의 첫 순간이 그날 교회 목사님의 설교인 것 같다. 그 후 중학교 때 교회를 다니며 성경읽기에 온 시간을 보냈다. 


젊은 날 종교와는 먼 거리에서 지내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가톨릭에 입문하여 성사를 보았다. 집을 떠나 부모님을 멀리하고 돌아온 탕자처럼 십자가를 볼 때면 죄스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가난한 내 믿음은 불안하고 부족하였다. 


“늘 깨어 있어라.”


일상이 되풀이되고 나태해지는 마음에 게으름을 피우면 머릿속을 맴도는 말씀이다. 마음이 깨어 있으면 남을 배려하게 되고 상대를 먼저 살피게 된다. 그렇게 영적 깨우침을 다지며 늘 깨어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나는 성사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지고 자주 울컥해진다. 어떤 날은 감정이 격해져서 말도 잇지 못하고 한참 동안 감정을 추스르기도 한다. 성사 후,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민망하여 성사를 보는 것이 두렵고 망설여지기도 한다. 언제쯤 감정을 잘 컨트롤할 수 있을지 내겐 숙제였다.


‘긴장하며 늘 깨어있는 삶을 살기엔 너무 힘들어.’ ‘다 그렇게 풀어져 사는 거야.’ ‘이젠 하느님을 마주하며 당당하게 살아도 돼.’ 이런 속마음이 작용했는지 언제부턴가 예민한 감정이 서서히 무뎌지고 있었다. 성사를 볼 때, 거리낌 없는 나를 보며 의심스러울 정도로 태연하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영적으로 깨어 있지도 않으며 말씀 속에 살아가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두꺼운 철판이 깔린 강심장이 되어가는 듯하다. 


순수한 마음에 하느님의 말씀으로 물들던 그 믿음과 정신을 다잡으며 나는 오늘도 되뇌어 본다. 


“늘 깨어 있어라.”

 

 

240609 영혼의뜨락 백그라운드 이미지(홈피용).jpg


  1. 시절인연時節因緣

    Date2024.06.13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32 file
    Read More
  2. 늘 깨어 있어라

    Date2024.06.05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35 file
    Read More
  3. 토닥거림으로

    Date2024.05.30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22 file
    Read More
  4. 김범우 순교자 성지

    Date2024.05.30 Category시와 함께 떠나는 성지순례 Views20 file
    Read More
  5. 하느님은 사랑이시니

    Date2024.05.21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41 file
    Read More
  6. “쌀은 우리의 생명입니다”(쌀 지킴이 운동)

    Date2024.05.21 Views45 file
    Read More
  7. 씨 뿌리는 사람 “씨 뿌리는 사람은 실상 말씀을 뿌리는 것이다.”(마르 4,14)

    Date2024.05.21 Views16 file
    Read More
  8. 돌아보니 모두 성령이더라

    Date2024.05.16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36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9 Next
/ 39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