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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11:09

사람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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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나는 오리, 못난 인간

나는 꿈을 꾸었죠. 달님이 말을 했죠. 어서 위로 올라와 나와 함께 놀자고. 

늦은 밤, 잠에서 깨어 날개를 흔들었죠. 오리는 날 수 없다 엄마에게 혼났죠. 

날아올라 저 하늘 멋진 달이 될래요. 깊은밤 하늘에 빛이 되어 춤을 출 거야.

이제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갈 거야. 난 날아올라. (체리 필터, 오리 날다)

 

6월 28일자 4면 이미지(홈피용).jpg

 

오리는 날 수 없다고 합니다. 엄마 오리도 말합니다. 오리는 날 수 없다, 

그런데 달님이, 오리더러 날아올라, 자신과 함께 놀자고 합니다. 

엄마 앞에서 날갯짓을 했다가 괜히 혼만 납니다. 그러나 오리는, 날갯짓을, 합니다. 

 

저마다 이스라엘의 부족들을 대표하는 자들, 열두 명이로구나. 악마, 천사, 요정, 난쟁이 - 하느님의 잘난(잘난 척하는) 자식들과 못난(못난 줄 아는) 자식들, 골고루 모였구나.

안녕, 이 노랑이 구두쇠, 악독한 놈, 돈밖에 모르는 아브라함의 자손아. 그리고 너, 겁도 없이 수다만 늘어놓는 욕심꾸러기. 그리고 너, 신앙심이 깊다는 약골아, 너는 겁이 나니까 살인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고, 간음도 못하더구나. 네 성품이란 모두 두려움의 부산물이야. 그리고 너, 매를 맞아야 길이 드는 단순한 당나귀 같은 놈아, 너는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거나, 춥거나, 채찍을 맞아도 그냥 일만 하지. 죽어라고 일만 하고, 자존심은 다 갖다 버리고, 솥의 밑바닥이나 핥아 먹는 놈이라고. 네 성품이란 모두 가난의 부산물이야. 그리고 너, 간사한 여우 같은 놈아, 너는 사자의 굴 밖에, 야훼의 집 밖에 서서, 안으로 들어가지를 않아. 그리고 너, 순진한 양 같은 놈아, 너는 매애 거리고 울며 너를 잡아먹으려는 하느님을 따라다니지. 그리고 너, 레위의 자손아, 돌팔이 같은 녀석, 너는 하느님을 무더기로 헐값에 팔아넘기는 놈이어서, 사람들에게 하느님이라는 술을 팔아 그들이 취해 지갑과 마음을 네 앞에 모두 털어놓게 만드니까, 넌 악당 중에서도 악당이야! 그리고 너, 이 악질적이고, 고집불통이고, 광신적인 수도자야, 너는 네 모습을 본떠 악질적이고, 고집불통이고, 광신적인 하느님을 만들어 내지. 그러고는 신이 너를 닮았기 때문에 그 앞에 꿇어 엎드려 경배를 드리는 거야. 그리고 너, 불멸의 영혼으로 돈 장사를 하는 놈아, 너는 문간에 앉아 머리를 자루 속에 처박고는 가난한 자들에게 적선을 하고 하느님께 돈을 꾸어 주었다고 생각하는 놈이야. 너는 장부에다 언제 언제 누구 누구에게 얼마 얼마를 어느 어느 시간에 주어 자선을 베풀었다고 기록하더구나. 너는 하느님 앞에서 펼쳐 보이고, 청구서를 제출한 다음에 불멸의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려는 생각에서 그 장부를 네 관 속에 넣어 달라고 당부하겠구나. 그리고 너, 터무니없는 소리만 늘어놓는 거짓말쟁이야. 너는 주님의 계명은 모조리 깔고 뭉개서, 살인하고, 도둑질하고, 간통하고, 그런 다음에는 울음을 터뜨리고, 가슴을 치고, 류트를 꺼내 들고는 네 죄를 노래하는 녀석이야. 교활하고 못된 놈 같으니라고. 너는 노래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하느님이 무슨 짓을 저질러도 노래하는 자들은 용서하리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아. 그리고 너, 뾰족한 소몰이 막대기로 우리 궁둥이를 찔러 몰아대는 토마, 그리고 나 - 무책임하고 미치광이 바보인 나는 머리가 돌아 메시아를 찾는답시고 마누라와 아이들을 버렸지! 악마, 천사, 요정, 난쟁이 - 우리는 모두 모였고, 우린 모두 위대한 사명을 위해 필요한 인간들이야! 얘들아, 가서 “그 사람”을 찾아라! (니코스 카잔차키스, 최후의 유혹, 1장)

 

누구의 모습일까요? 길지만 잘 살펴보세요. 이 중 한 명은 분명 나를 닮았습니다. 여기 이 인간 군상들은 우리 누구나의 모습, 당연하고 평범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짝 비틀어 바라보니 불쌍하기 그지없습니다. “오리는 날 수 없다.”와 “사람은 잘날 수 없다.”는 같은 말입니다. 잘난 척하거나 못난 줄 아는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우리 삶의 위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잘난 한 분이신 “그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못난, 그러나 날갯짓 하는 인간

태초에,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노예들의 세상 아주 깊은 곳에서, 한 사람이, 마치 날개라도 되는 듯, 쇠고랑을 찬 두 손을 격렬하게, 빨리 흔들어 대었고, 그러자 또 한 사람, 그러고는 또 한 사람, 그리고 결국엔 모든 백성이 어울렸습니다. 자유에 대한 열망은 강렬해졌고, 날갯짓은 격해졌고, 해방자가 곧 옵니다!

만일 단 한순간이라도 염원이 깨진다면 날개는 다시금 쇠사슬이 될지도 모릅니다. 영혼의 횃불을 밤낮으로 타오르게 하시오. 싸우시오! 날개를 키우시오! (최후의 유혹, 8장)

 

우리는 ‘못난’의 족쇄를 차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족쇄는 본디, ‘잘난’이라는 이름을 가진 날개입니다. 그 ‘잘난’ 날개가, ‘못난’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가면을 벗기려면, 그것이 ‘못난’으로, ‘족쇄’로 보여도, ‘잘난’인 양, ‘날개’인 양, 날갯짓을 해야 합니다.

 

무엇이 〈진실〉인가요? 〈거짓〉이란 무엇이고요? 인간에게 날개를 주는 모든 것, 위대한 영혼을 만들어 내어 사람의 키만큼 인간이 땅 위로 솟아오르게 만드는 모든 것, 그것이 진실이에요. 인간의 날개를 잘라 버리는 것, 그것이 거짓이에요. (최후의 유혹, 32장)

 

수많은 세상 것들이 우리를 자신들 손아귀 안에 잡아두려고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너는 못났어. 너는 날지 못해. 너는 별것 아니야. 너는 뭘 해도 소용없어. 네가 하는 게 죄밖에 더 되겠어? 그저 머리 조아리고 복종이나 해. 벌벌 떨면서 눈치나 봐. 네 주제를 알아라!!! 

모든 거짓 속삭임, 낙원에서 혀를 날름거리던 고놈 말과 같습니다. 그래서 원조인간은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요. 이제는 날개를 펴주는 진실에 귀를 여십시오. 

 

사람이 나타났다! 진짜 사람이다!

자유의 천사, 그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까? 이 천사는 인류의 투쟁과, 집념과, 인내심의 화신입니다. 그는 우리의 아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에서는 그를 “사람의 아들”이라고 칭했습니다. (최후의 유혹, 8장) 

 

나에게는 날개가 없다고요? 흙수저 뿐이라고요? 세상 벽이 너무 높고 단단해 어찌할 수 없다고요? 그 흙수저를 가지고 날갯짓을 하세요. 찬란한 빛날개로 변모합니다. 

 

“자, 이 사람이오.”[Ecce Homo. Behold the man! 보시오, “사람”이오.] (요한 19,5)

 

그분은,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느님이 보내신 사람입니다. 그 모습을 따라, 퍼덕거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퍼덕거려야 합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 우리 주제를 압시다! 사람다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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