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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희선 가타리나

아파트 숲속의 신자들
‘성전에 앉아 제대 쪽을 바라볼 때마다 늘 시선을 뺏기는 곳은 가로, 세로 1㎝의 작은 타일들이다. 둥근 천창이 있는 높고 넓은 제대 전면과 내부 골격의 돌출된 기둥까지 마감재로써 그 작은 타일이 선택된 것이 놀랍다. 화려한 장식은 아니지만, 은은함이 감돌고 헤아릴 수 없는 숫자 때문인지 막연한 신비감이 들기도 한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혹시 떨어져 나간 곳은 없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만약에 저 타일이 떨어져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 어떻게 저 높은 곳을 매번 수리할 것인지 걱정 아닌 걱정을 사서 하기도 한다.


타일을 붙인 이들의 노고를 생각하다가, 그 타일 하나하나가 반송의 신자들 같기도 하다가 어쩌면 아파트 숲의 유리창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반송성당은 그렇게 주변이 온통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인 곳이며 일부는 투기과열지구에 속하는 아파트들도 있다. 중심상업지구와 인접하고 있어서 활기가 넘치는 지역이지만 유동 인구가 그만큼 많은 곳이기도 하다. 불과 십오륙 년 전, 재개발 붐이 일어나기 이전의 모습을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다. 

 

210314 반송성당제대(홈피용).jpg

 

1980년 인구 12만으로 탄생한 젊은 창원시의 초고속 발전과 팽창에 따라 반송본당은 신흥산업도시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는 가톨릭교회의 한 전형이 되었다. 그 바탕에는 바로 젊은 노동자들, 젊은 가정이 있었다.


저력 있는 교우들
반송성당이 태동하던 사십여 년 전, 옛 본당 주변의 반송 아파트 1단지 안에는 당시 정부로부터 주택과 직장을 약속받고 이주해 온 서울시 철거민들이 약 10개 동 395세대가 이미 입주해 있었으며 그 나머지는 새로 들어서는 공단에 근무하는 일반 이주민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본당의 뿌리는 이주노동자들의 터전 한복판에 세워진 것이다. 비록 협소하고 불편했던 가난한 교회였지만 가난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며 크나큰 은총을 실감할 수 있었던 풍요한 시기였다.

 

210314 반송본당 검은 성모님(홈피용).jpg


그 당시 새로운 일터를 찾아 고향을 등진 수많은 이주민은 낯선 도시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었고, 종교 생활은 삶에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시대와 지역적 상황을 직시한 교회 역시 그 역할에 충실했었다. 초기 신부님들은 노동자들과 젊은이들에 관한 관심이 각별했었다. 초대 김용호 안셀모 신부님, 2대 이은진 도미니코 신부님, 3대 배진구 베드로 신부님에 이르는 시기에는 공단 내 직장교우회원들의 모임인 ‘나눔회’를 본당에 두고 활동을 펼쳤다. 외로운 처지의 교우들은 젊은 혈기의 열정을 교회에 와서 쏟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반송의 큰 자랑거리인 단합력은 그 시절 같은 길을 걸어온 이들의 공감력과 끈끈함이 몸속에 내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체질화된 행동력으로 반송본당은 그야말로 폭풍 성장을 했다.


겨자씨 한 알의 비유처럼 큰 나무가 되어 존재감을 드러냈고, 울울창창 가지를 뻗어갔다. 1989년에는 사파동성당, 1991년에는 명서동성당, 2015년에는 사림동성당 분가가 이루어졌다.  2005년에는 지금 위치에 있는 아름다운 성전을 봉헌하게 되었다. 새 성전과 함께 <반송성당25주년사>를 출간하기도 했다. 당시에 세대마다 나누어주었던 책을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면서, 그야말로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 그 안에 있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찬란한 반송본당의 빅뱅 시대였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10314 반송성당정면(홈피용).jpg

 

황무지에서 옥토로, 그라츠교구와의 인연을 생각하며
하 마리아님이 지난해에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본당 25년사에는 본당 설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하 마리아님과 그라츠교구에 대한 기록이 있다. 하 마리아님은 옛 성전 부지를 구입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주변에 전했으며, 실제로 며칠 내에 기금이 걷히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가톨릭 유년단이 동방박사 선물을 나눠줄 그해 주요 사업에 마산교구가 선정된 것도 자매님의 간곡한 기도와 양국을 오고 가는 뜨거운 열정으로 맺어진 일이었다. 본당 설립에 관한 이야기는 세계선교를 소명으로 삼고 지내던 하 마리아님의 이모 아델하이트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분의 기도로 하 마리아 본인도 선교를 위한 소명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델하이트는 평생 가난했지만, 당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돌아가시기 전에 옛 반송본당(제대와 감실)을 위해 내놓기도 했다. 그들의 헌신은 이제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반송본당은 지속해서 성장하였고, 마산교구의 든든한 반석이 되었다. 역사를 되짚어보며 주님의 ‘섭리’를 체험한다는 것은, 본당이 나아갈 길을 밝혀주기도 한다. 


작년 본당의 날 미사 중에는 그간 39년의 세례식에 대한 동영상을 보았다. 감격스러운 장면 속의 형제자매들은 모두 주님의 포도나무 가지에 단단히 붙들려 살아가고 있을까? 혹시 파편처럼 떨어져 나가지는 않았을까. 다시금 성전 내 미미한 타일 조각들에 한없이 마음이 쏠리는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도시의 급격한 팽창과 부의 쏠림 현상에 말미암은 것이라면, 우리 본당의 역할은 더욱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210314 반송본당 성전봉헌식 기념식수-반송 나무(홈피용).jpg


반송성당은 시장과 길거리를 향해 품을 내놓은 듯 디귿자 형태이다. 마치 예수님이 양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안으로 따뜻하게 품고, 밖으로는 베풂을 실천하는 통로처럼 보인다. 거침없이 도약했던 저력 있는 반송 교우들은 가난을 기억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아담하고 친근한 반송 나무의 겸허함처럼 고요한 열정으로, 사시사철 푸르다. 그 그늘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수십, 수백 걸음을 덮을 만큼 품을 넓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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