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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고성성당의 젤 큰 자랑은 “본당 묘지!”라고 서슴지 않고 차형호 발다살 회장이 말하자 한주인 마태오 주임 신부도 곁에 앉은 신자들도 맞장구를 친다. 고성성당 신자만이 갈 수 있는 묘역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안이 되는 일인지. 1년 이상 교무금을 납부한 신자면 누구라도 여기에 들어갈 수 있다. 고성군 기월리에 1961년 땅을 매입하였고, 설치허가를 받아 공사하여 1964년부터 사용하게 된 묘원이다. 예전에는 주로 매장이었으나 지금은 납골묘를 많이 조성하고 있어 묘역은 여전히 넉넉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210711 고성성당묘지(홈피용).jpg


80년을 지나 100년을 향한
고성성당의 자랑이 어디 이뿐이랴. 거제지구라고 하지만 진주지구와 마산지구로 드나드는 교통 요지에 놓여 소통의 역할을 톡톡히 담당한다. 1939년 5월에 본당으로 설립되어 2019년 80주년을 맞이하며 3년 전부터 신자들이 힘을 모았다. 고성읍 성내리 현재의 자리에 1957년 건축한 고성성당은 지금도 그 모양 그때의 모습이다. 당시 신자들이 손수 벽돌을 찍어 지은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집이지만 이젠 낡고 좁고 초라하다. 성전신축은 장기계획이 필요하므로 우선 내부는 바닥 나무를 대리석으로 바꾸고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하는 등 손을 썼다. 성전외부도 유지하기 위한 공사에 주력했다. 오래된 종탑의 보존을 위해 무거운 종은 내려, 성전 옆에 전시하여 신자들의 기운을 돋우었다. 성당의 담을 허물고 운치 있게 조경공사를 실행하였고, 입구에 있던 사무실을 안쪽으로 옮기며 요모조모 실용성을 갖추었다. 많은 신자들이 기금을 후원하고 노동력도 제공하며 서로 격려하였다. 다행히 코로나 세상이 되기 전 2019년 5월 본당 설립 80주년에는 견진성사와 함께 기념행사를 기쁘게 치를 수 있었다. 28인승 본당 버스도 마련하였고, 성당 전역에 펼쳐진 사진 전시회는 신자들에게 역사를 일깨우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다. 팀별로 펼쳐진 민속놀이로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6월에는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은 100주년 준비 발전기금으로 적립했다. 100주년을 향해 가는 고성성당은 새로운 성전을 설계하고 준비하고 있다. 오래된 이 성전은 근래에 보기 드문 건축물이므로 문화재로 신청 중이며 새로운 건축이라는 과업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210711 80주년행사(홈피용).jpg

 

210711 80주년기념(홈피용).jpg


공소도 우리 자랑, 추억도 우리 자랑
한주인 신부는 관할 세 공소가 나름대로 특징을 가지며 본당의 역사에 있어서나 본당 구성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2018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황리공소는 뿌리 깊고 큰집다운 모습이다. 35명 정도의 신자들이 거의 자리를 지킨다. 본당으로서의 역사를 지닌 곳이라 공소로 되고, 교통이 열악하고, 공동체의 고령화로 상실감이 있겠지만 신앙의 열망이 크다. 상리공소는 20명 정도의 신자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수도회와 가까이 있어 자연스레 영성이 남다르고 신앙생활이 성숙하다. 배둔공소는 새로운 변화를 누리고 있다. 수도회에서 공소사목에 파견한 이병우 루카 신부에 의해 매일 미사가 이루어져 신자들의 생활을 활기차게 한다. 그밖에도 원로사제 조영희 신부는 상리공소를, 이형수 몬시뇰은 황리공소를 지원하고 있어 공소 신자들의 신심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고성에서 나고 자라고 모태신앙이라는 차형호 발다살 회장은 청소년시절을 무척 그리워한다. 여름신앙학교 때 허철수 학사님이랑, 배진구 학사님이랑 뛰어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성당에 있던 학사님 방에서 놀던 재미가 쏠쏠했고, 부모님도 성당에서 놀았다고 하면 모두 허용되었던 시절이다. 김영순 노엘라 사무장은 20여 년 전 사제관과 수녀원을 리모델링한다고 진 빚을 갚기 위해 온 신자들이 미숫가루 장사를 했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단다. 옛날 방식으로 곡물 7가지를 쪄서 말리느라 옥상이란 옥상은 성당이고 가정이고 발 디딜 데가 없었다. 정성껏 손질한 ‘고성 미숫가루’를 교구의 성당마다 끌고 다니며 팔았던 시간, 그 과정이 진한 향기로 남아있다. 조숙경 글라라 부회장은 본당을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일해 보려고 한다. 16년 전쯤 심적 육적으로 매우 아플 때 세례를 받았다. 그 직후 북신동성당에 첫미사가 있다고 따라갔는데, 강복을 받고 가슴에 깊이 남았다. 알고 보니 그때 그 새 사제가 바로 “우리 신부님!”이라고 활짝 웃음을 담는다. 


공동체에 힘을 보태는 구성원
이렇게 구성원들은 공동체에 힘을 보태며 본당의 역사를 쌓는다. 신자들의 고령화는 고성성당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르신들이 즐거움을 갖고 신앙생활에 임하는 자세가 좋다. 때로 앞줄에 앉으려는 경쟁이 심하기도 하지만, 주님 가까이에 이르려는 모습이 아름답다. 한동안 뜸했는데 현재 신학생이 2학년, 3학년, 4학년 이렇게 3명이나 되어 본당 신자들의 어깨가 으쓱하다. 게다가 예비신학생도 한 명 있으니 그야말로 신바람이다. 신학생이 생기려면 주일학교의 운영이 중요하다. 일본성지순례, 제주도성지순례 등을 기획하여 청소년들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본당 예산을 편성할 때 주일학교에 두둑하게 편성한다는 의지가 따랐다. 예산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본당 공동체의 중요 구성원으로 대우하는 자세도 또한 필요하다. 성모의 밤에도 성인신자 시낭송과 더불어 초등학생과 중고학생이 각각 자신이 직접 쓴 글을 성모님께 낭송하도록 했다. 현재 초등 30명 정도, 중고 20명 정도 학생들을 잘 보듬고 가꾸어 꽃을 피워야 한다.


한주인 신부는 코로나 시대에 방역을 철저히 하여 ‘안전한 우리 집’ 같은 성당을 만들고자 한다. 안전하다고 느끼면 점차 신자들이 늘어나고 맘 놓고 전례에 참여할 것이다. 공간은 협소하지만, 강당과 식당 등을 이용하여 쾌적한 환경으로 미사에 참례하게 하고 하느님을 ‘대면’하며 살아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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