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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7 11:39

교회가 위기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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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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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어려움
코로나를 2년이나 겪다 보니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했는데, 이제는 치아가 없으신 할머니 입에서도 ‘위드 코로나’가 술술 나옵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어렸을 때도 몸에는 이가, 뱃속에는 회충이 득실거렸던 ‘위드 벌거지’ 시대였습니다. 코로나 사정이 아직도 여의치 않은 가운데 교회는 다시금 신앙의 한 해를 시작합니다. -2022년 교구장 사목교서 


역사에 작용하는 힘은 광범위한 원인으로부터 생긴다. 일어나는 한 가지 한 가지 문제는 ‘시련’으로써, ‘견뎌나가야 할 도전’이며, 이 시련들을 겪어가면서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점차 서로 달라져가게 된다.  -아놀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1장


문명을 이루게 한 것은 ‘쉬운’ 조건이 아니라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이다. -6장 


어렵지만 의연하게
2021년은 한국천주교회가 첫 사제들인 김대건, 최양업 두 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희년으로 선포한 한 해였습니다. 이 희년 동안 우리는 특별히 죽음이 설쳐대는 순교 당시의 기막힌 처지 속에서도 떳떳하고 의연하게 복음을 전하신 두 분의 모습을 기리고 그 삶을 본받아 실천하려 했습니다.


인류의 지혜를 품은 위대한 신화들은, 사람이 문명을 이루는 것은 뛰어난 자질이나 지리적 환경의 결과가 아니라 ‘도전에 대한 응전’의 결과임을 암시한다. 이때까지 예가 없었던 노력을 하도록 일깨우는 특수한 어려움의 상황에서 일어나는 도전과 응전이다. -5장 1절


교회가 위기?
무릇 소출이 잘 되려면 농부가 열심히 논밭을 돌봐야 합니다. 그래야 기름진 논바닥이 되고 풍부한 밭뙈기가 되어 거기로부터 작물이 무럭무럭 자랍니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교회의 사정도 이와 같음을 누가 부정하겠습니까? 코로나 때문에, 신자분들의 신앙 상태가 더 열악해지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신부님들도 최선을 다해 보지만 한계를 토로합니다.


문명 쇠퇴의 성질은 세 가지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창조적’ 소수자가 창조력을 잃고 ‘지배적’ 소수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과, 그에 응해서 다수자 쪽에서 충성과 모방을 거둬간다는 것과, 그 결과 전체로서의 사회가 사회적 통일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13장 


비창조적인 다수가 창조적인 지도자의 지도력을 따라가는 길인 ‘모방’은, 영감받은 창의성을 기계적, 표면적으로 모방하는 일종의 ‘훈련’이다. 그러나 이 길에는 현저한 위험이 뒤따른다. 지도자들이 추종자들의 기계성에 감염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 경우 창조적 지배자는 ‘지배적’ 소수자가 되고, ‘훈련생’들은 다루기 힘들고 따돌림받게 된다. -16장 1절 


우리의 태도는?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지금의 미지근한 신앙생활에 만족하십니까? 사랑하고도 사랑하는 우리 신부님들, 온 마음으로 투신하고 계신지요? 아니면 체념하고 그저 그렇게 살고 계시는지요?


역사가 나타내는 바에 따르면, 한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한 집단이 다음 도전에도 성공적인 응전자가 되는 일은 드물다. 한 번 성공하면 다음번에는 ‘노를 멈추고 쉬는’ 일이 많음을 본다. 유대인은 구약의 도전에는 성공했으나 신약의 도전에는 실패하였다. -16장 3절 


인간의 끝없는 약점 가운데 하나는 자기 자신의 실패를 자기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힘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14장


진리에 대한 내적 갈증
한국천주교회가 처음 시작될 때,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처음 뿌려진 것도 어느 누가 전해서가 아니라 진리에 대한 내적 갈증이 복음을 들여오게끔 하였습니다. 성직자 한 분 없는 가운데서도 순교의 칼을 기꺼이 받아 가며 들불처럼 살아남아, 조선 천주교회는 진리에 목마른 우리 백성에게 영적 생명수가 되어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진정한 진보는 ‘정기화精氣化’라고 정의한 과정에 있다. ‘정기화’는 물질적 장애를 극복함으로써,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도전’,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도전’에 대해 응전하는 데 사회의 정력을 방출하게 한다. -10장 2절


제 능력이 아닌 예수님의 십자가
사제는 자신의 멋진 장기와 수단을 보여 주려 하지 말고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 혹은 약점을 끌어안고 깊이 묵상하며 그것이 자기 십자가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예수님의 십자가에 동참하는 은총의 삶을 살게 됩니다.


1. 칼을 가진 구세주, 이들은 세계국가의 창설자요 유지자들이다. 그러나 칼로 이룬 모든 것은 무상하다. 2. 타임머신을 가진 구세주, 복고주의자와 미래주의자들이다. 이들도 칼을 잡으며 칼을 갖는 자의 운명에 시달린다. 3. 왕의 가면을 쓴 철학자, 이는 플라톤의 치료법이다. 철학자의 초탈과 정치적 권력자의 강압적 수단의 모순 때문에 실패한다. -20장 2,3,4절


“칼을 가진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 예수는 먼저 베드로의 칼이 낸 상처를 고쳐주고 나서 더없이 큰 굴욕과 고통을 받기 위해 스스로 자기의 몸을 내맡긴다. 그의 힘이 적을 대적할 수 없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는 무기(✽인간적, 세상적 능력과 힘)의 사용을 거부하고, 칼로써 정복하기보다 차라리 자신이 십자가 위에서 죽는다. -20장 5절


미숙하지만 사랑을 좇아
마치 초등학교 학예회 때 무대 위에 올라가 선생님을 따라 노래하며 춤추는 1학년 아이들과 똑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을 따라 손을 놀리고 발을 굴려보지만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고 빈번히 틀립니다. 그래도 선생님을 따라 해 보려고 이래저래 움직이는 모습이 밑에서 보고 있는 부모의 눈에는 한없이 아름답고 장하기만 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야고보가 그의 사도서(✽서간) 안에서 부르듯이 ‘자유의 완벽한 법칙’은 또한 ‘사랑’의 법칙이다. 인간의 자유는, 사랑 그 자체인 신에 의해 인간에게 주어질 수 있을 뿐이고, 인간이, 신의 뜻을 자신의 뜻으로 함으로써, 신에게 자신을 떠맡겨, 신이 주는 사랑에 대해, 신을 향한 사랑에 의해 행동할 수 있을 만큼 신을 사랑할 때만, 신이 내린 이 선물은, 인간이 죽음과 악 대신 생명과 선을 자유스럽게 선택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3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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