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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호열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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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토요일 아침. 이날은 민화위와 정평위가 함께하는 평화순례가 있는 날이었다. 
우리는 산청으로 향했다. ‘산청’ 하면 지리산의 고장이요 산 좋고 물 맑은 아름다운 곳이다. 
버스 두 대에 올라탄 사람들은 오랜만의 외출이어서 그런지 밝고 상기된 얼굴이었다. 
잔뜩 찌푸린 날씨와 여름 특유의 습하고 무더운 느낌이 몸에 와닿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이었다. 
바쁘게 현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이곳은 낯선 곳이고 뭘 추모한다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산청과 함양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곳에 거창하게 추모공원을 만든 것인지 궁금했었다. 


전시관의 영상실에 들어선 우리는 조용히 자리 잡고 안내원의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듣는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땅 갈고 씨뿌리고 잡초 뽑고 농사짓던 순박한 이들에게 일어난 극악무도한 범죄에 분노를 넘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건의 내용은 이러했다.
1951년 한국 전쟁 중 국군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열세에 몰렸던 전세가 바뀌게 되었다. 국군은 북으로 진군을 해야 하는데 남쪽에 남아있던 인민군들은 지리산에 모여들었다. 일명 빨치산으로 불렸던 그들을 두고 진군할 수 없었던 국군은 공비를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지리산 일대 산청(금서면 가현, 방곡마을) 함양(휴천면 점촌마을, 유림면 서주마을)을 돌면서 주민들을 한데 모아놓고 총으로 쏴 죽인 사건이었다. 이때 희생된 민간인이 705명에 달했는데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적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자국의 군대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한 사건을 어느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아무런 죄없이 평화롭게 농사짓던 자신들의 땅에서 어린아이들, 남편과 아내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그 상황에서 살아남은 자들과 죽은 이들의 통곡과 원한을 누가 풀어줄 수 있단 말인가? 책임자들을 유족에게 깊은 사과와 함께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당연한 것을 이 사건을 지휘한 책임자들은 재판을 받고 구속되었다가 금방 풀려나서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때 마무리 짓지 못했던 역사의 과오는 그 이후로 반복되었다. 


1980년 광주에서 국군에 의해 시민들이 사살되고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광주 시민을 폭도라고 떠들었고 수많은 시민을 죽인 자들은 대통령도 되고 국가의 요직에 중용되었다. 


얼마 전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사건의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들의 말대로 북한 잠수함이 침투해서 어뢰를 쏘고 도주하였다면 이것은 국가비상사태일 것이다. 각국의 군이 함께 훈련하던 상황에서 북한이 몰래 침투한다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대에서 이런 말이 있다. “작전에 실패하는 장수는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가 없다.”


그렇다면 젊은 장병들의 목숨을 잃게 만든 그 책임자는 처벌받아야 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 책임자들은 오히려 처벌받지 않고 승진을 거듭했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법도인가? 역사에 대한 교훈을 되새기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침략 역사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과 역사를 왜곡하는 중국과 역사를 무시하는 권력에 둘러싸여 있다. 역사를 바로 알고 반성해야 미래로 나갈 수 있다. 산청, 함양에서 국군에 의해 살해된 순박한 그들의 피맺힌 한과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며 죽어간 수많은 시민들. 젊은 나이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훈련하다 어이없는 죽음을 맞았던 그 젊은 영혼들을 누가 위로할 수 있을까? 그들의 영혼이 안식을 얻기 위해서는 진실이 밝혀져야 하고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가을로 접어드는 현시점에서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미래를 향해가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가슴으로 받아안고 두 번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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