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2022.11.17 13:11

골로 간다

조회 수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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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호열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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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러다가 골로 간다.”


어릴 적 자주 들었던 이 말은 듣기 싫은 말이었다. 
왜냐하면 ‘까불면 죽는다’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죽는 것은 두렵고 무서운 일이기에 이런 심각한 경고의 말을 듣게 되면 움찔하게 된다.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일까? 골로 가는 것이 왜 죽음과 직결되게 된 것일까?
골은 골짜기의 줄임말로 골짜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것이 이 말에 녹아들어 있다. 언제 어떤 사람들이 골짜기에서 죽임을 당했기에 ‘골로 간다’는 말이 일상에 들어오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는 1945년 일제로부터 광복을 맞이했다. 
그 광복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나누어졌고 남한은 이승만 정권이 들어섰다. 그리고 미군의 군정이 시작됐다. 


일본의 잔재를 몰아내지도 못한 상황에서 미군정은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사람들을 그대로 군이나 경찰 정치 요직에 등용했었고 그 결과 독립을 위해 싸워왔던 많은 독립투사들이 끌려가 옥에 갇히거나 고문 받고 죽임을 당했다.
그 와중에 생긴 것이 보도연맹이었다.
보도연맹은 일제가 자신들의 식민지 통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사상 교육을 해서 사람을 개조하던 기관을 다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광복 당시 우리나라는 사회주의 사상들이 널리 퍼져있었고 이승만 정권은 사상개조를 위해 전국 각지에 보도연맹에 사람들을 가입시키기 시작했다. 문제는 사회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빠져나가고 농사짓고 순박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여러 혜택을 준다는 말에 속아 가입했는데 그 사람들을 모조리 경찰이 잡아가서 죄 없는 사람들을 총으로, 칼로, 몽둥이로, 불로 잔인하게 죽였다. 전국에서 1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한국 전쟁이 나자 보도연맹에 가입된 사람들이 북한에 협조할 거라 생각하고 갇혀있던 사람들을 모두 사살하고 다시 수복한 땅에서 북한에 협력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시 죽였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골, 바닷가, 논밭이 피로 물들여졌다.
그로 인해 살아남은 유족들은 각기 자신의 지역에서 위령제를 올리고 있다.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의 재산까지 가로챈 사람들은 승승장구하면서 우리나라의 기득권으로 자리 잡았고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과 가족들은 숨어 살거나 독립투사의 자손이라는 것을 숨겨야만 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자녀들은 원한을 간직한 채 해마다 위령제를 지내며 그때 당시의 상황을 되새기고 있다. 


그렇다고 지나간 과거를 들추어내서 그 당시 가해자들을 처벌하자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억울하지만 그 당시 가해자들은 거의 세상을 등졌다. 그 후손들에게 어떻게 죄를 물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역사를 바로 알고 국가 폭력에 의해서 죄 없이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반성하고 지역마다 이뤄지고 있는 위령제를 국가 차원에서 실시하고 분노와 원망이 아닌 화해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억울하게 ‘골로 가는’ 사람들이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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