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2022.12.14 16:30

우리는 평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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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호열 요셉 신부

본당에서 생활하다 보면 다른 무엇보다 신경 쓰이고 힘든 일이 있다. 
대부분의 본당 사제들이 겪는 문제이지만 사목협의회 임원을 뽑는 일이다. 


사목회 임원의 임기는 2년이기에 때로는 연임을 하는 일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임을 원하지 않고 기꺼이 사목회 임원으로 봉사하는 것을 꺼린다. 


나서서 신자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싫고 나 자신의 일도 바쁜데 신경 쓸게 늘어나는 게 싫은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 본당 신자들이 반 토막 난 것도 봉사자를 뽑는 게 더 어려워진 현실이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기에 본당 회장을 시작으로 여성부회장, 총무…등등 평소 생각하고 있던 신자들에게 전화를 하고 만나서 호소를 하고 부탁을 한다. 때로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지만 그래도 못한다고 하는 신자를 강제로 봉사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제안을 드리고 정중한 부탁을 드려도 거절당하는 일도 많아서 부탁을 드리는 것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아무나 봉사자로 내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을 본당 임기 중 두 번이나 해야 한다면 그것 자체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이렇듯 작은 본당에서도 봉사자를 선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신중하게 적임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원활하게 본당의 일이 돌아가게 된다. 적임자가 아닌 사람이 일을 맡게 된 경우는 말이 많아지고 기꺼이 도우려는 사람들도 등을 돌리게 된다. 


사목위원을 지냈던 한 신자가 어느 날 이런 부탁을 했다. 
“신부님. 어떤 교구 사제가 대통령 죽으라고. 그 자리에서 당장 내려오라고 열변을 토했다던데 신부님은 그러지 마이소. 나중에 그래도 될 상황이 되면 그때 하시더라도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신부는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정의평화위원회 동료였다. 


그 신자에게 이런 답을 해줬다.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닌데 과격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네요. 대통령이 이 나라 왕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봉사자인데 끊임없이 들리는 말들이 법사가 어떻고 점괘가 어떻고 위조에 조작에…국제 정세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걸핏하면 술이요 외교무대에 나가면 실수할까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얻는 것은 없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우리 같은 서민들을 위한 예산은 삭감하거나 없애버리고 정적 제거를 위한 수사나 몰두하고 이태원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힘없는 말단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방치하다간 나라가 망가지는 게 불을 보듯 뻔한데 그런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 아닙니까?”


본당 사목회 임원을 선정하는 데도 스트레스가 많은데 정치 얘기를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내가 뽑은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잘하면 응원해 주고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희망을 이미 접었다. 정치의 첫째 덕목은 국민을 평안하게 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정책을 만들고 복지에 힘쓰는 것이다. 정책도 없고 복지도 망가지는 현실에 우리는 평안한가?


성탄이 다가온다. 
왕 중의 왕인 그분이 온다. 정작 본인은 왕이기를 거부했던 사람.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사람들을 위해 생명까지 바치겠다는 사람. 그런 사람이 우리 현실의 왕이었으면 하는 것은 헛된 바람일까? 왕이 아니라 국민의 종으로 역할을 다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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