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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변종원 요셉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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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 천주교 신자들과 개신교 신자들, 넓게는 비종교인들까지 일상 안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 논쟁거리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유독 한국 사람들의 의식 안에서 ‘교회’는 ‘개신교’를 지칭하고, ‘천주교’는 ‘성당’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연스럽게 굳어져 버렸으니, 종교적 표준을 따라 보다 정확한 용어를 사용한다면 개신교는 ‘예배당’ 천주교회는 ‘성당’으로 불러야 마땅하다는 것이 이 논쟁의 골자였습니다.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 논쟁을 조금 달리 보고 싶습니다. 바로 ‘교회’ 혹은 ‘성당’이란 낱말에 담긴 우리 신앙의 깊이와 넓이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신학의 장場이 바로 ‘교회’이자 ‘성당’인 ‘신앙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교회敎會는 말 그대로 ‘믿는 이들의 공동체’, 곧 신앙 공동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학적으로 보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해 새로운 구원의 계약을 맺은 하느님의 백성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교회라는 라틴어 ecclesia(에클레시아)는 ‘불러 모은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을 믿는 우리 모두는 주님께서 당신의 자녀로 불러 모으신 사람들이므로 우리 모두가 바로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하느님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이에 반해 성당聖堂은 하느님을 경배하기 위해 지정된 거룩한 건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당은 우리가 성경이나 성전聖傳에 의거해 정식으로 공인한 의례, 즉 전례(典禮, liturgia)에 참여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이자,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장소입니다. 넓은 의미로 성당은 하느님 경배를 위해 지정된 모든 건축적인 의미로도 쓰입니다. 실제로 성당은 ‘거룩한 행위를 거행하고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데에 알맞은’ 거룩한 건물로, ‘품위 있고 아름다워야 하며 천상 현실에 대한 표지와 상징’(「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88항)이고, ‘하느님 경배를 위해 지정된 거룩한 건물’(「교회법」 1214조)로 기도하고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성당’이건, ‘교회’이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우리는 하느님 백성의 신앙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으로 창조질서 안에서 부름을 받고,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을 통해 준비되고, 마침내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세상에 드러났지만, 세상 종말에는 모든 인류가 하느님 안에서 일치하여 완성될 하느님 백성을 뜻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성사적 선물’이며, 이런 의미의 교회를 신학은 세상 속의 교회이자, 세상으로 파견된 교회임을 깨닫게 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학의 장場은 바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신앙 공동체인 교회이고, 신학은 이 교회가 믿음을 더 분명하고 깊게 이해하고 확신할 수 있도록, 또한 올바른 그리스도교 신앙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는 더 이상 세상과 동떨어진 신앙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는 표징이자 도구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성체성사의 신비’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와 끊임없이 결합하고, 그분의 몸과 피로 양육되는 신앙 공동체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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