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사목
2023.06.01 11:35

어느 날 다가온 주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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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상정 아말리아(북신동본당)

230604 교정사목후원회 백그라운드(홈피용).jpg

 

2015년 어느 날 본당 수녀님께서 같이 구치소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그리고 세례를 받기 원하는 수용자들에게 수녀님께서 교리를 가르치는 동안 옆방에서 감정코칭 수업을 해 줄 수 있는지 물으셨다. 그 초대를 받고 결정하기까지 며칠이 걸린 것 같다. 그렇게 수요일은 구치소 가는 날이 되었다. 


나는 행복일기를, 수녀님은 맛있는 간식을 들고 같이 구치소를 가게 되었다. 하루는 따뜻한 고로케를, 또 다른 날은 맛있는 떡이나 빵을 나눠 먹었다. 정성이 담긴 간식은 이미 잘 차려진 밥상이었고 수용자들에게도 수녀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작은방에 25명 남짓 빽빽이 앉아서 한 주를 어떻게 지냈는지, 힘든 감정을 만났을 때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 얘기를 나누었다. 선물로 가져간 행복일기로 매일매일 다행한 것, 감사한 일, 선행일기, 감정일기 등을 기록하여 다음 주에 가져오고 100일을 다 쓴 사람은 또 새 행복일기를 받아 갔다. 


화난 목소리로 툭툭 자신의 마음을 내뱉었던 한 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옆 사람에게 따뜻하고 친절히 대해주던 한 분에게서 받은 감동은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신부님께서 매주 미사를 집전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구치소의 종교집회는 자리를 잡게 되었다. 신자는 사실 몇 명 되지 않았지만 많은 수용자들이 미사에 참여했다.

 
신부님의 정성이 가득한 미사와 따뜻한 돌봄으로 청년 두 명이 통신교리로 세례를 받게 되었다. 미사를 드리러 가면 한 청년이 다가와 자신이 교리 시험에서 얼마나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자랑하였다. 우리는 기쁘게 박수를 치고 같이 좋아했다. 그 청년이 처음 미사 독서를 했을 때가 생각난다. 글 읽기가 낯설었는지 아니면 너무 떨려서였을까. 독서를 잘 읽지 못하고 떠듬거렸다. 그러나 이 청년은 일주일 동안 몇 번이나 독서를 읽어보고 매번 자신의 손으로 노트에 써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독서를 잘 읽게 되었고 잘 읽고 난 후, 강당 뒤에 있는 나를 자랑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러면 엄지를 치켜들고 활짝 웃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미사 시간에 해설을 맡아 성실히 봉사를 했던 또 한 청년이 떠오른다. 그는 출소를 앞둔 마지막 미사에서 영성체 후 성가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나 가진 재물 없어도~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그 악보를 구하기 위해 그 청년은 근처 성당 신부님에게 편지를 보냈고 본당 신부님은 정말 멋진 필체로 정성스럽게 쓴 답장과 악보를 보내왔다. 그 사실을 옆 수용자가 더 들떠서 나에게 전해주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의 정성이 여러 사람을 기쁨으로 빛나게 했다. 그 청년이 그 성가를 부를 때 그도 나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마도 그 청년은 자신이 하고 싶어 했던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처음 구치소를 갔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천주교 종교집회는 거의 어벤져스급이다. 큰 목소리와 사랑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선포하시는 신부님들과 안 보이는 손이지만 모든 것을 조율하시는 수녀님, 그리고 맡은 자리에서 미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봉사하는 봉사자들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힘든 시간을 겪는다.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받는 친절과 따뜻한 위로, 지지가 아닐까. 매주 수요일, 우리는 하느님의 귀한 자녀들을 만나러 구치소로 간다. 그곳에서 우리는 그들을 통해 주님을 만나고 또 그곳에서 우리 자신을 만난다. 


어느 날 수녀님을 통해 나에게 다가오신 주님께서 우리들의 진실한 태도와 따뜻한 친절을 통해 그들에게도 다가가실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주님의 따뜻한 사랑과 축복이 우리 모두와 함께하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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