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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변종원 요셉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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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생활하시면서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제자들을 양성하셨듯이, 신학교에서는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를 통해 신학생들이 성경을 학문적 영역에서만 탐구하여 그 안에서 자구적 의미만을 찾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말씀의 신비 속으로 들어가게 하여 그 삶 한가운데에 말씀이 사람이 되어 오신 주님을 모시고 살수 있게 양성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신학과 신앙의 교과서이자 안내서이지만, 무엇보다도 하느님 백성의 책’인 성경을 읽을 때 혹시 생길 수 있는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고, 그 뜻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성경을 공부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 말씀을 만나는 성경이 품고 있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이야기를 우리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성경 공부를 단순히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일로만 생각한다면, 이는 단순히 성경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한 것이 될 뿐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읽은 후에는 이해를 위해서 묵상(Meditatio), 즉 ‘주님께서 주신 말씀이 내 삶에 어떤 빛을 비추는지를 살펴보는 것’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묵상 시간은 성경 속 하느님 말씀이 당시 시대와 문화를 넘어 성경을 읽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다가와 내 삶의 의미를 해석해 줍니다. 그래서 성경을 내 뜻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신앙을 일으키고 하느님의 지혜를 갈망하며 기쁨과 감사의 기도를 이끌어 주시는 성령께서 원하시는 의미로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실은 하느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슬기, 통달, 용기, 효경 그리고 경외심의 삶(이사 11,2-3)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신학을 공부하고 공부한 것을 토대로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나의 삶을 이해할 때,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고, 이를 통해 내 삶 안에서 존재하시는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알고 답하며, 그분의 뜻을 내 삶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학의 여정旅程은 성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지금의 언어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성경 속 이야기들 특히 예수님의 제자들의 이야기, 예수님에게서 치유와 자유 그리고 해방을 얻은 병자들의 이야기, 창녀와 세리들의 이야기, 심지어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이야기 등등이 단순히 예수님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내 인생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지금, 여기서, 내가’ 하느님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 주는 장소이자, 신학하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입니다.


“성서를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이사야서 주해』 서문; CCL 73,1ff.)


성경은 믿음에 의해 쓰여졌으며, 동시에 그 믿음을 다시 가르쳐 줍니다. 그러니 믿음을 위해서 우리는 먼저 성경을 읽고 알아가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성경에는 믿음을 얻기 위한 구원의 선포를 담은 말씀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듣거나 읽은 것이 없어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은 말할 것도 당연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인간의 깨달음이나 지혜에서 온 것이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서 그분의 진리가 우리에게 계시된 것입니다. 순명과 겸손의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신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그 말씀을 우리 안에 모신 참된 제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성경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것에 익숙해지면, 하느님에 대한 이해도 ‘그리스도교 신앙’을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곧, 하느님을 그저 내 현세의 삶을 축복하시고, 내세의 삶에 영원한 생명을 주실 분으로만 여기는 기복신앙祈福信仰에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은 우리를 참으로 살게 하는 영혼의 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나에게 있는 성경을 집어 천천히 읽고 묵상해 보십시오. 우리 삶의 바탕이 되는 모든 진리가 성경에 충만히 담겨 있기에, 우리는 성경을 자주 읽고 또 묵상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과 친숙해지고, 말씀에 맛들이면서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는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주님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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