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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변종원 요셉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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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저는 여러분들에게 신학에 대해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신학은 하느님을 향해 이야기하는 것이며, 동시에 하느님에 관해 올바르게 알아가려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신학은 단순히 성경과 교회 전통과 가르침, 전례와 역사에 대한 연구에 머무는 학문적 활동만이 다가 아닙니다. 신학은 하느님과 일치된 내 삶에서 우러나온 전인적 고백 행위를 통해 나의 궁극적인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가는 신앙 여정입니다. 그 여정 속에서 먼저 성찰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나의 이성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날과 같은 과학문명 시대에는 증명 가능하며 확실한 것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과학적 탐구 방법으로 증명 가능한 것이 아닌, 바로 그 자체로 ‘신비(Mysterium)’입니다. 이 신비는 우리 이성으로 어떤 뭔가로 받아들이지만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지不可知한 무엇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런 신비를 남김없이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신학대전 1,12,7)’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무모해 보이고, 알 수 없으며 감추어져 있는 그 신앙의 신비(Mysterium Fidei)를 깨닫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 이 신비는 각자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깨달아 가는 진리라 하겠습니다. 


다행히도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고 당신과 친교를 이루도록 초대(계시헌장 2항 참조)하고 계십니다. 그것을 바로 ‘계시’라 합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초대에 우리 인간이 맞갖게 응답하는 것이, 바로 ‘신앙信仰’입니다. 마치 부모의 부름에 자녀가 응답하듯이 ‘계시啓示’와 ‘신앙’은 그렇게 서로 마주합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신앙은 “인간이 인격적으로 하느님께 귀의하는 것이며, 또한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진리 전체에 대하여 자유로이 동의하는 것”(가톨릭교회교리서, 150항)이라고 가르칩니다. 이는 하느님의 부르심과 하느님의 뜻에 대한 단순한 동의가 아니라, 온전히 하느님을 믿고 의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신앙이 기적이나 환시와 같은 강렬한 사적 계시를 체험해야만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내가 생생하게 숨 쉬고 살아가고 있는 삶의 구체적인 자리에서 하느님에 대해 묻고, 하느님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에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서 하느님을 찾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그런 신앙은 스스로를 속이거나, 잘못된 ‘나’와 하느님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즉 내가 세상에서 겪게 되는 고통, 병, 상처, 어두움, 좌절 같은 것조차도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믿음의 여정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버림받은 느낌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어떻게 ‘나’를 구하고자 하시는지,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묻고 깨닫는 것이 신앙이고, 우리가 희망하는 신앙의 자리입니다. 


사랑하는 마산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신앙은 언제나 내가 믿는 것에 대해 스스로 노력하여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더불어 신앙을 위해 교회의 가르침이나 전통적인 교리에 대해서도 스스로 잘 알아가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고백하고 믿는 것에 대해 묻고 찾으며 알아가는 자세, 이것이 베드로 사도가 말씀하신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1베드 3,15) 두는 자세이고, 우리가 신학을 하는 자세입니다.


여러분이 간직하고 있는 신앙은 하느님의 선물(에페 2,8)이며,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선물을 받아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선물을 온전히 받아안고 기쁜 소식을 전하였던 바오로 사도의 고백을 여러분 각자의 마음 안에 다시 새겨 보시길 바랍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 2,20)

 

 

※ 변종원 신부님의 원고는 이번 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집필해 주신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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