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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재찬 안셀모 신부/ 분도 명상의 집

|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신앙의 참된 열매를 맺기 위하여: 주님 안에 머물기

 

주님 곁에 머문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성당에 앉아 기도한다는 것인가요?


예수님 곁에 머물고 싶은데 너무 바빠서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신앙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하는데, 좀처럼 제 삶과 신앙은 변화되지를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 복음에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15,5)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 안에 머물며 당신을 통해 신앙의 열매를 맺으라고 당부하신다. 우리의 신앙의 여정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하느님 중심으로 사는 것이다. 포도나무가 농부의 보살핌 속에 성장하고 열매 맺듯이 우리 모두는 하느님 포도밭의 사랑과 축복을 받는 포도나무들이다. 가지가 뿌리와 줄기를 통해 수액을 먹고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듯이, 우리 역시 성령께 깊은 신뢰를 두고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그분 곁에 머물 때, 풍성한 삶의 열매를 맺어 갈 수 있다. 자신의 힘으로 뭔가 이루려고 할 때 마치 잘린 가지처럼 결국 말라버리고 말 것이다. 자신의 뜻을 포기하고 주님께 순종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일상 속에서 위기가 닥치면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거나 그것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우리가 진정 예수님의 힘으로 예수님과 같이 사랑하며 신앙의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주님 곁에 머무는 것이다. 우리 인생의 궁극 목표는 바로 하느님 곁에 영원히 머무는 것이기에 지금부터 주님 곁에 머물며 그분의 삶의 방식을 배워가야 할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주님 곁에 머무는 것보다는 주님께서 이미 우리 곁에 머물고 계심을 깨닫는 것이다. 이미 함께 계심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적인 눈을 뜨는 것이다. 우리 내면에 이미 계신 예수님, 우리 곁에 계신 성령님, 우리를 위해 계신 성부님께서 우리와 항상 함께하고 계심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 영적 깨어남을 위해서 토마스 머튼 신부는 무엇보다 관상적인 삶(contemplative life)을 통해 우리 자아의 참된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느님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거짓 자아를 넘어 하느님께서 주신 본래의 자아인 참된 자아가 깨어나기 위해서는 하느님 곁에 깊이 머무는 고독과 침묵, 그리고 자신의 힘이 아니라 주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참된 자아를 찾은 이들은 새로운 눈, 즉 예수님의 눈과 마음으로 자신과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지금 이 세상에서부터 하느님과 함께하는 충만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고 분주하다. 그래서 로날드 로하이저 신부는 『거룩한 갈망(The Holy Longing)』이라는 책에서 그리스도교인들의 영성 생활을 방해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병적인 분주함’을 꼽고 있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이 진정한 영적인 쉼이 없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영혼이 균형을 잃고 가정 공동체도 무너지고, 하느님과의 관계도 멀어지게 되는 듯하다. 그리고 우리의 병적인 분주함을 잘 살펴보면 하느님 때문에, 혹은 자신의 영적 성장을 위해 바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적인 자기 성취나 자기만족을 위한 경우가 많음을 보게 된다. 따라서 ‘삶의 방향성’이 참으로 중요하다. 삶의 궁극적 목표를 하느님과의 일치에 두고 하느님을 위해서 달려가는 것과 궁극적인 삶의 방향을 잃은 채 세상의 가치에 따라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누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열매를 맺더라도 썩은 포도는 먹지 않고 버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우리 삶을 통해 그분이 원하시는 참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조용히 하느님 안에 머물며 기도하고, 따뜻하고 성숙한 마음으로 사람들 곁에 머물며 사랑하고, 나의 구원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구원을 위해서도 힘써야 할 것이다. 모든 곳에 주님께서 계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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