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영성
2021.05.27 15:14

항상 기뻐하십시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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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재찬 안셀모 신부/ 분도 명상의 집

|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항상 기뻐하십시오: 어떻게?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항상 기뻐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매일 기뻐할 수만 있나요?
성당 다니면 기쁘고 좋은 일이 많을 줄 알았는데, 기쁘기는커녕 레지오 단원 때문에 짜증 나고 신부님 때문에 불편하고 수녀님 때문에 화가 납니다. 그리고 이런 저 자신이 싫어요. 

 

사도 바오로께서는 항상 기뻐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살면서 항상 기뻐할 수 있을까? 항상 웃고 다니면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 것이다. 진정한 내적 기쁨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가장 기뻐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식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처자나 총각 만나 결혼 잘 하고, 아프지 않고 손주들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이 참된 기쁨일까? 돈 걱정 없이 사람들과 싸우지 않고 아프지 않고 살면 날마다 걱정 없이 기쁠까?


다음의 6살 난 꼬마의 일기를 읽으며 묵상하다 보면 진정한 내적 기쁨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수건은 집안의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만들고 걸레가 된다. 걸레가 더러워진 만큼 우리 집은 깨끗하게 된다. 나는 걸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 부모도 자신의 자식이 걸레 같은 인생을 살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걸레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참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 꼬마 아이가 이야기하는 걸레 같은 사람은 이기적으로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방탕하게 살아가는 걸레 같은 인생과는 전혀 다른 삶이다. 수건이 집안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만들고 그 수명을 다하면 걸레가 되어 집안 구석구석을 닦으며 깨끗하게 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듯, 이 꼬마 아이의 눈에 비친 걸레 같은 사람은 자신을 희생해서 다른 사람과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자신은 구멍 난 내의를 입고 남은 음식을 먹으며, 아끼고 아껴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베풀어 주셨던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은 걸레 같은 삶과 닮아 있다. 남을 위해 나를 내어 줄 때 아까움도, 원망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더 큰 기쁨을 느끼는 것은 그 안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눈에는 비합리적이고 모순이지만, 내어 줌을 통해 나와 너의 사랑은 더욱 성장하게 되고, 그 안에서 더 큰 내적 평화를 누리게 되는 것 같다. 


나를 희생해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 나를 희생해서 다른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 이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하셨던 삶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우리 역시 그렇게 자신을 내어 줌으로써 진정한 내적인 기쁨을 맛보길 원하신다. 더 큰 사랑을 통해 쾌락이나 즐거움을 넘어 더 큰 내적 기쁨을 누리며 살기를 원하신다. 이것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없는 하느님 나라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누리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9-10)라고 말씀하고 있다.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그분 사랑 안에 머문다는 것은 단순히 성당에 앉아 기도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분께 항구한 믿음을 두고 그분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며 나를 내어 준다는 의미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과 하나이듯, 우리도 성령 안에서 예수님과 하나 되어 예수님께서 나를 끝까지 사랑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굳게 믿고 그 안에서 먼저 내적 기쁨을 찾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의 힘겨움은 더 큰 기쁨을 향한 과정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기쁨이 우리 안에 있고 또 그 기쁨으로 충만하게 하려고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는데 무슨 걱정이 있을 수 있을까! 그 걱정들은 모두 어쩌면 부질없는 자기 욕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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