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영성
2021.08.19 13:41

하느님께서 나를 간섭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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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재찬 안셀모 신부/ 분도 명상의 집

|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하느님께서 나를 간섭하실까?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관심이 없는 걸까요? 아무리 기도해도 이루어지지 않아요.


하느님께서는 저 악한 사람들과 세상의 불의에 관여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에게 정말 관심과 사랑으로 대했는데 이제 대학생이 되더니 더 이상 자신을 간섭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과 간섭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 나름대로 정리한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지금 관심과 간섭 중에 어느 쪽에 기울어져 있는지 식별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관심은 너를 위한 것이지만 간섭은 나를 위한 것이다. 관심은 너를 기쁘게 하지만 간섭은 모두를 힘들게 한다. 관심은 사랑의 길이지만 간섭은 무관심으로 이르는 길이다. 관심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지만 간섭은 너와 나를 파괴한다. 관심은 기다릴 줄 알지만 간섭은 성급하게 서두르며 판단한다. 관심은 너의 뜻을 먼저 생각하지만 간섭은 나의 뜻을 먼저 생각한다. 관심은 성숙한 이의 사랑의 표현이지만 간섭은 미숙한 이들의 자기방어이다. 관심은 너와 내가 모두 행복한 길을 찾으려 하지만 간섭은 나만의 만족을 찾는다. 관심은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간섭은 나의 편견으로 너를 바꾸려고 한다. 그러나 관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는 이에게는 관심도 간섭처럼 보인다. 그리고 때로는 간섭하면서도 그것을 관심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부모의 지나친 관심이 간섭이 되어 아이들을 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인들 사이나 부부 사이에도 서로를 집어삼킬 듯이 간섭하다 보면 숨이 막혀 결국 떠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섭하는 이들은 자신의 뜻대로 상대방이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으면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합니다. 그렇게 잔소리를 하는 것이 간섭이 아니라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듣는 이에게는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나가는 빈말이 되고 맙니다. 너를 향한 나의 관심이 간섭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침묵과 기도 속에서 나를 비우고 더 큰 사랑과 하나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과 간섭이라는 관점을 묵상하다 보면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관심이 무엇이어야 할까요? 하느님께서는 무엇에 관심이 있으시며 그 관심을 어떻게 표현하실까요? 나는 그동안 하느님을 간섭하려 하지 않았나요? 


진정한 사랑과 관심은 많은 말이 아니라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관심과 기도도 이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바치는 ‘주님의 기도’에서처럼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내 뜻대로 주님이 바뀌시기를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의 뜻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가 육신의 일용할 양식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몸과 마음과 영의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분이신 하느님께 관심을 갖고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미운 사람을 내 뜻대로 간섭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용서함으로써 우리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용서의 기도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이고 마주 오는 유혹들과 악에서 우리를 구해 주실 수 있는 하느님께 관심을 갖고 온전히 자신을 그분의 자비에 의탁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관심이 참 많으십니다. 그러나 우리 자유의지를 간섭하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도 안 하시는데 우리는 너무도 자주 다른 이들을 간섭하여 자신의 뜻대로 바꾸려고 합니다. 물론 지도와 가르침이 필요할 때가 있지요? 다른 이의 잘못을 방관하라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기다리며 기도하라는 말입니다. 내가 먼저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의 뜻을 찾을 때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도 그 길을 따라올 것입니다. 내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할 때 간섭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사랑을 위해 기다려 주는 관심을 통해 나도 너도 그리고 우리도 변화되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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