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0.02.13 09:08

세상과 함께하는 사랑의 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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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멜 수녀를 처음 만나는 신자들이 많이 하시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봉쇄 안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냐는 것입니다.

부르심의 내용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부르심이 언제나 달콤하게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기도 하고, 우리가 지닌 상처 속에 숨어있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있기에,

우리는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부르시며 홀로 불타고 계신 예수 성심과, 십자가를 통해서 드러나는 성부의 사랑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님 봉헌 축일’인 2월 2일을 수도자들은 ‘축성 생활의 날’로 지내며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그 사랑을 다시 떠올립니다.

더욱이 우리 공동체는 올해 수녀님 한 분의 첫 서원을 준비하고 예식을 함께하면서, 수도자로서의 소명을 더 깊이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라틴어 Consecro는 ‘축성하다, 봉헌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축성’시키시어 내면으로부터 영혼을 변모시켜 예수 그리스도와 실제적인 일치를 이루도록 이끄시며,

인간 편에서는 하느님께서 자신을 소유하도록 ‘봉헌’함으로써 하느님의 활동에 동의하는 것을 뜻합니다.

축성 생활로 불림 받은 수도자는 그리스도의 정결과 청빈, 순명의 3대 서원으로 하느님 나라를 위해 전 생애를 바치겠다는 투신을 표현합니다.

이에 덧붙여 가르멜 수녀는 봉쇄 안에서 살아감으로써 세상과의 접촉과 그 혜택을 포기합니다.


서원으로 자신을 봉헌한다는 것은 십자가 위에서 만난 예수 그리스도께 온전히 매료되어,

온 인류를 마음에 품고 성심의 상처에 다가가 그 곁을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외적 사도직을 수행하지 않는 가르멜 수녀들은 이러한 봉헌을 기도로 대신합니다.

맨발 가르멜 수도원의 창립자인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하느님을 뵙고 싶다는 열망’과, ‘교회의 딸’이 되어 영혼들을,

특히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사도적 의지로 수녀원을 창립하였습니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자신의 서원식 날 다음의 구절을 적은 기도문을 수도복 안에 지니고 있었습니다.

“예수님, 제가 많은 영혼을 구하게 하시고, 오늘 지옥에 떨어지는 영혼이 하나도 없고, 또 연옥의 모든 영혼이 구원을 받게 하소서.”

예수 성심의 상처가 온 세상을 구원하며 상처 입은 모든 이를 성부께로 이끄는 문이 되듯이,

수도자의 서원은 그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 세상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숨을 쉬듯 가르멜 수도자는 매 순간을 하느님과 함께하며 영혼들을 위해 모든 시간을 봉헌합니다. 오늘 하루도 저희는 기도를 바칠 때뿐만 아니라 주방에서 채소를 다듬고 쌀을 씻을 때,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할 때, 제병과 포도주를 만드는 등 일상의 평범한 모든 일을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칩니다. 이는 예수 성심을 포함한 당신의 전 존재를 내어주시는 주님을 닮고자 세상과 함께 삶으로 응답하는 사랑의 봉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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