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1.06.03 15:06

“나는 너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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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수정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

싱그런 녹음을 한껏 뿜어내는 6월의 생명력은 자연이 맺어주는 갖가지 먹거리로 우리 육신 생명이 이어지고 있음을, 그래서 자연과 우리는 하나의 생명으로 연결된 불가분의 관계임을 절실히 느끼게 해 주는 고마운 달입니다. 또한 이 6월은 자연의 풍요로운 생명을 통해 드러내시는 하느님의 자상하신 마음, 예수 성심 성월이며, 주님의 성체 성혈의 신비를 특별히 묵상하고 공경하는 은혜로운 달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분의 말씀이 있는데, 저희 수도원의 지도 사제이셨던 왜관 수도원의 독일인 故 장휘 엘마르 신부님께서 하신 강론 말씀입니다. 독일에는 젊은 연인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말이 있는데, 상대방을 너무나 사랑할 때 그 표현을 이렇게 한답니다. “나는 너를 먹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온전히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의 절절함을 이만큼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사랑은 물불 가리지 않는, 그 어떠한 것으로도 끌 수 없는 강력한 힘임을 잘 드러내 준 말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람끼리의 사랑도 이토록 강렬할진대, 사랑의 원천이신 하느님의 사랑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마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기에는 너무나 굼뜬 우리 인간의 마음이 화근이겠지요?


더구나 요즘 세상의 넘쳐나는 온갖 풍요로운 물질과 엄청난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과학기술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편리함은 하느님이란 존재,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관심 밖으로 몰아내어 버리지 않는가 싶습니다.


그런 세상 한가운데 오늘도 동트기 전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온 인류를 품고 가시는 성삼위 하느님의 그 사랑을 기도로, 온갖 사도직 활동으로, 거룩한 미사 성제로 이 세상에 퍼 나르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부지런히 일하고 계심을 드러내는 하느님 현존의 가장 명백한 표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하느님께서는 믿는 이들 안에서 당신의 나라를 세우시며, 우리 모두를 당신께로 이끌어 가신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고 희망, 사랑이고요. 


그 하느님 사랑을 이 땅, 이 세상에 끌어내리신 강렬한 사랑의 불가마, 예수님께서는 매일 우리에게 완전히 먹히심으로써 당신이 우리 각자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나는 너를 먹고 싶다.”는 그 말씀을 실제 행동으로 드러내십니다. 그렇게 당신께서 우리 각자와 완전히 하나 되고 싶어 하시는… 


이번 예수 성심 성월에는 예수님 마음의 그 불타는 사랑을 자신들의 온 존재로 실어 나르는 사제들을 기억하며 특별히 기도드립니다. 


“영원한 사제이신 예수님
주님을 본받으려는 사제들을 지켜 주시어,
어느 누구도 그들을 해치지 못하게 하소서.
주님의 영광스러운 사제직에 올라, 
날마다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이루는 사제들을,
언제나 깨끗하고 거룩하게 지켜 주소서.
주님의 뜨거운 사랑으로 
사제들을 세속에 물들지 않도록 지켜 주소서.
사제들이 하는 모든 일에 강복하시어,
은총의 풍부한 열매를 맺게 하시고,
저희로 말미암아 더 없는 기쁨과 위안을 얻고,
천국에서는 찬란히 빛나는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210606 8면 수도자(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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