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1.04.29 15:27

정복당할 수 없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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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수정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영원히 살고 싶다!!!” 이 말은 어렸을 적 큰 잘못을 저지른 후 잔뜩 겁먹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면 어떡하나, 쫓겨나면 어떡하지, 벌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과 공포에서 터져 나온 저의 울부짖음이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가 어떻게 무의식 깊이 스며들어 저의 마음과 정신, 영혼,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파고들며 온 존재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는지 수도생활을 하면서 점차 그 실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봉쇄 울타리 안에서의 공동생활은 막다른 길이라는, 도망갈 곳, 피해 갈 곳 없는 사면초가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는 탁월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서 비로소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성령의 이끄심에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기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게 합니다. 마치 흙 도가니 속에서 순은이 정련되듯이…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이 자기 인식의 과정은 무의식 깊숙이 억압되었던 부정적 감정이 어떻게 이성에게 작용하여 자신에게 하나의 행동지침 즉 명령을 내렸으며, 그 명령을 의지는 어떻게 충실히 실행하였고, 그러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어떻게 하나의 관성적 습관으로, 관성적 습관이 신념과 가치관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명료하게 알게 해 주었습니다.


신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던 한 꼬마의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절망적인 외침,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영원히 살고 싶다!!!”는 그 가련한 부르짖음을 당신 마음에 새기신 주님께서는, 꼬마를 독수리 날개에 태워 당신 장막으로 데려다 놓으시곤 그 영혼을 죽음에서 새생명으로 완전히 일으켜 주셨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불리한 조항들을 담은 우리 빚문서를 지워 버리시고, 그것을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아 우리 가운데에서 없애 버리심으로써(콜로 2,14) 당신 아드님을 통한 새로운 창조를 계속하고 계심에 끝없는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그리고 주님의 그 새생명은 당신의 말씀으로, 당신의 살과 피로 날마다 좋은 날의 은총을 우리에게 거저 베풀어 주시니, 거저 받은 그 생명을 예수님께서 사셨던 그대로 하느님 아버지께 다시 돌려드림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요 좋은 일입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께서는 수도생활과 신앙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써 하느님의 계명의 길을 달려가게 될 것이라고 제자들의 자기 인식의 복된 희망을 북돋우며 격려하십니다. 


우리가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인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자기 인식-하느님 관상’의 이 복된 여정을 인내로이 계속하노라면, 농부이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참포도나무에 붙어 있으며 열매를 맺는 가지인 우리 모두를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실 것입니다. 꼭 그리하실 것입니다. 아멘

 

210502 8면 이미지(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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