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1.07.01 14:56

“하느님 얼굴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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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수정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이 노랫말은 자신이 품고 있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마음이 무심코 하는 행동 안에도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잘 표현해 주는 노랫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 50대 이상 되신 분들은 감미로운 멜로디와 함께 이 노랫말이 불러일으키는 서정적인 그리움을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하느님을 그리워하며 그 얼굴을 찾는 이들입니다. 베네딕도 성인께서는 수도자를 특별히 ‘하느님을 찾는 자’로 정의하십니다. 그분의 수도 규칙에서 권고하는 하느님을 찾는다 함은 하느님의 일과 순명과 모욕을 참는 데 열성을 보이는지 아닌지가 그 기준점이 됩니다. 이것은 수련자가 참으로 하느님을 찾는지를 식별하는 기준이기도 한데, 단지 수도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도생활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깨어 있으면서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일대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루 일곱 번 성당에 모여 하느님을 찬미하는 하느님의 일Opus Dei은 선인이나 악인이나 모두를 보살피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아무 의심 없이 믿으며 그분과의 깊은 상호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장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제멋대로 왔다 갔다 하는 생각들과 마음의 움직임들 속에서 시편 기도로 하느님 찬미에 몰입하기란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사부 베네딕도께서는 시편 기도를 바칠 때, 이렇게 마구 움직이는 우리의 마음을 목소리와 조화되도록 하라고 권고하십니다. 보통 목소리를 마음에 맞추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마음을 목소리에 맞추는 것입니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과 자극에도 쉽게 요동치는 마음의 상태를 잘 알고 계신 성인께서는 이러한 마음을 목소리에 맞출 때, 신기하게도 우리가 소리를 내어 기도하는 그 말씀에 온 마음을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의 감정 기복을 조금씩 넘어서 자기중심에서 말씀 중심에로 마음을 향할 때, 하느님의 일, 성무일도는 자기 초월의 시간이 되며, 어느 교부께서 표현하신 대로 하느님의 일 안에서 ‘말씀을 관상’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지상 생활에서 오로지 아버지의 뜻 만을 찾고 그 뜻을 이루셨던 것처럼, 이렇게 말씀 중심으로 건너간 이는 형제들의 공동생활 안에서 장상에게, 형제들 상호 간에 기꺼이 순명을 하고, 마침내는 십자가에 죽기까지 아버지께 순명하신 그 예수님처럼 자신에게 가해지는 온갖 모욕까지도 기꺼이 참아 받기까지 이릅니다. 그러나 성인께서는 우리 안에 있는 본성은 이것을 할 수 있기에 너무도 부족하니, 주님께서 당신 은총으로써 우리를 도와 주시도록 간구하자고(규칙 머리말, 41) 저희들을 토닥이십니다. 그리고 이 길에서 도피하지 않으면 수도생활과 신앙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써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며 그분 얼굴을 보게 될 것임을 믿고 희망하는 것입니다. 그때에 제 영혼도 위의 노랫말처럼 무심코 하는 제 행동이 저를,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는 그분 얼굴을 그리는 아름다운 노래가 되는 축복을 기대해봅니다.

 

210704 8면 백그라운드(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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