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3.09.27 10:59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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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진희 세레나 시조시인

거리두기란 브레히트가 자신의 연극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로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과 거리를 두어 비판적인 시선을 갖게 하는 전략적 언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년이 지나서야 일상으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지난여름부터 코로나 확진자가 몇 배로 껑충 뛰어 다시 자발적으로 마스크 착용은 물론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나무도 생명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리두기를 한다고 한다. 빽빽한 열대 우림 속에서도 같은 종의 나무들끼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 같은 종끼리 가까이 있는 경우 천적에 의해 절멸할 가능성이 크므로 나무 주변에 다른 종의 나무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같은 종끼리는 거리두기를 해 숲을 다양하게 만든단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서 거리두기는 필요하지만 가깝지도 않은,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기란 어렵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지만 그 간격을 잘 유지하지 못해 금이 가기도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미쳐야 성공을 맛볼 수 있기도 하다. ‘미쳐야 미친다’고 시, 그림, 음악, 운동에 미치기도 하고 또 사랑에 한없이 빠지기도 한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고 적당히 거리를 두어라.” 199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당선되어서 시인이 되었다고 하니 엄마가 하신 말씀이다. 그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씨익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딘가에 꽂히면 깊이 빠져드는 성격에 엄마는 무언가 또 일을 저지른 딸이 마냥 걱정스럽기만 한 것이다.  


중학교 입학하면서 선배를 따라 간 교회는 내 삶의 전부가 되었다. 학교와 집은 나의 성장 단계에서 그저 필요한 것이고 내 정신세계는 하느님 말씀이 절대적이었다. 성경은 숭배해야 할 진리로 스펀지 물 빨아들이듯이 마음속 깊이 와닿았다. 좁은 길로 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그 교회를 (학교에서는 사이비라고 함) 부모님은 물론 선생님, 친구들의 눈을 피해 몰래 숨어서 다녔다. 공부, 친구, 부모님과는 거리를 두었다. 오직 마음속에는 하느님뿐이었다. 중3이 되면서 고교 입시를 앞두고 교회를 빠져나왔을 때 마음의 상처는 너무 깊었다. 오랜 가슴앓이 끝에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남편의 권유로 성당에서 세례를 받게 되었다. 힘들게 시작한 미사 참례는 차츰 나를 치유하고 마음의 평화를 주었다.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성당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할 때가 많다. 거리를 지우고 친밀하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믿음을 주십사 간절히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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