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1989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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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주셨습니다“ (요한 1,16)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구세주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가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오늘 천사들의 우렁찬 합창과 함께 화해와 평화의 대축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우리는 구세주의 성탄으로 말미암아 죄와 비참의 사슬에서 해방되었음을 기뻐하며 우리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이룩하신 위대한 일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선택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과 우리 사이의 장벽을 뛰어 넘고 우리를 찾아 오셨습니다. 무한과 유한, 전능과 무능, 부요와 가난, 거룩함과 죄악의 두터운 벽을 허물고 하느님께서 몸소 우리를 찾아오셨습니다. 이 은혜로운 방문 덕분에 그 동안 굳게 닫혔던 하늘이 열리고 땅이 하느님을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하늘과 땅의 화합,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화해는 하느님에게 영광이고 우리들에게는 평화입니다. 이 화해가 우리들 사이에 영원히 지속되어 우리의 생명을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하느님은 우리 가운데 거처를 정하셨습니다. 죄와 비참속에 허덕이는 우리와 동고동락 하시면서 우리를 거기에서 해방하시기 위하여 하느님이 사람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우리에게 전적으로 무상의 은혜로 주어진 성탄이 하느님에게는 비싼 댓가를 치룬 희생의 열매입니다. 이 땅에로 내려 오시기 위하여 하느님은 하늘 옥좌를 버렸으며, 우리와 똑같은 비천한 처지의 인간이 되기 위하여 “당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놓으셨습니다”(필립 2,7). 하느님은 당신의 자리와 권능과 부요와 위엄을 포기하셨습니다. 이 포기로써 하느님과 우리 인간 사이에는 신비로운 교환이 가능 해졌습니다. 우리의 가난과 연약함과 부자유를 당신의 부요와 강함과 자유와 맞바꾸기 위하여 하느님은 우리의 비천한 처지를 취하셨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말씀하십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부요하셨지만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그분이 가난해지심으로써 여러분은 오히려 부요하게 되었습니다.”(고린토 후서 8,9) 하느님이 우리의 비참을 선택하셨으므로 우리가 하느님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성탄절을 맞는 우리의 기쁨은 바로 우리가 하느님의 부요를 누리고 있다는 깨달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화해는 하느님이 당신 지위의 포기와 우리 비천함의 선택이라는 엄청난 댓가를 치룬 결실입니다.
하느님의 선물
태어나신 예수님은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최고 선물입니다. 하느님은 인류에게 재물, 권력, 지위, 명예 따위를 선사하지 않으시고 형언할 수 없이 큰 선물, 곧 당신 자신의 생명을 선사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위대한 하느님의 사랑의 선물입니까?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큰 하느님의 선물에 대하여 냉담하고 그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리스도 신자들까지도 그러합니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우리는 하느님이 선사하시는 이 위대한 선물의 깊은 의미 즉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를 잘 헤아려야 합니다.
생명을 낳는 것은 사랑입니다. 생명은 사랑이 자신을 낮추고 제한함으로써 자신을 내어줄 때에 태어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결합되기 위하여 당신 자신을 우리의 처지까지 낮추고 제한하심으로써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주실 때에 하느님의 아드님이 이 세상에 탄생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성탄은 하느님의 크신 사랑의 표현이며 우리에게 주신 생명의 선물입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주셨습니다.”(요한 3,16) 이렇게 예수 성탄은 우리에게 하느님 아버지의 큰 사랑에 대한 확신을 심어 줍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도 사도 바오로와 함께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당신의 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신 하느님께서 그 아들과 함께 무엇이든지 다 주시지 않겠습니까”(로마 8,32)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서 베들레헴으로 가자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은 천사들의 구세주 탄생 소식을 듣자 마자 자기네들끼리 “어서 베들레헴으로 가자”하고 말하면서 지체하지 않고 달려 갔습니다. 그들이 서둘러 행한 행동은 충분히 보상을 받았습니다. “곧 달려가 보았더니 마리아와 요셉이 있었고 과연 그 아기는 구유에 누워 있었습니다.”(루가 2,16) “목자들은 자기들이 듣고 보고 한 것이 천사들에게 들은 바와 같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며 돌아갔습니다.(로마 2,20) 아마 그들은 ”하느님! 당신께서 연약하고 가난한 우리와 함께 계시기에 우리는 이제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하고 기쁨의 기도를 바쳤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목자들처럼 어서 베들레헴으로 가야합니다. 베들레헴은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큰 사랑의 선물을 마련하고 우리를 기다리시는 곳이며, 당신 자신을 우리와 같은 비천한 처지에까지 낮추시어 우리와 화해를 이루시는 곳입니다.
우리는 베들레헴에서 천상 생명의 선물을 받아 누려야 합니다. 구유에 누워 계시는 예수 아기는 우리에게 주어진 천상 생명이십니다. 우리는 이 구세주 예수를 통하고, 이 구세주 예수 안에서만 참 생명을 누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주도권을 가지시고 우리와의 벽을 뛰어 넘고 우리와 화해하신 그곳으로 곧장 달려가야 합니다. 당신을 낮추시고 우리에게 오신 구세주께 나아가는데 이제 우리가 망설일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과의 화해는 우리에게는 생명과 평화이며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화해는 인간 상호간의 화해를 전제로 해야 합니다. 형제가 서로 불화할 때에 아버지의 마음은 풀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할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가 화해하고 나서 예물을 드려야”(마태 5,23-24)하는 것입니다.
화해-이것은 성탄의 선물이며 특히 오늘날 우리사회의 절실한 과제입니다. 우리 주변과 사회안에는 화해의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혼돈과 투쟁이 난무합니다. 화해의 결여로 인해 사회와 국가차원에서 불행했던 과거의 청산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계층과 개인들 사이에 가로 놓인 불목의 벽을 과감히 허물고 나설 때에 우리는 수치스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다가오는 1990년대를 평화와 기쁨중에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해와 회개로써 우리는 구유위에 예수님과 더불어 그리스도인으로서 다시 태어나야 겠습니다.
아기 예수께서 가져다 주시는 생명과 평화의 선물을 풍부히 받아 누리는 성탄과 1990년 새해가 되기를 기도드리며 여러분 가정 위에 하느님의 축복을 보냅니다.


1989년 12월 25일 성탄절
천주교 마산교구장 주교 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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