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29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강 론 최태준 필립보 신부

은총의 가정

 

화가 렘브란트는 ‘성가정’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중 에르미타주Hermitage 미술관(St. Petersburg)에 소장된 성화는 성가정의 의미를 묵상할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성경을 읽다가 요람 속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눈빛과 표정은 어머니로서 그녀의 마음 상태를 헤아려 볼 수 있게 하고 어둠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요셉의 모습은 애잔함과 함께 듬직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인류 구원의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이 계십니다.1)

 

여러분의 가정을 여느 화가들처럼 그림으로 표현해 본다면 어떤 모습의 작품이 나올까요?


초등학생 두 딸을 둔 어느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에게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라 했더니 그림 속에서 부모는 찾을 수 없고 두 아이의 모습, 그것도 까맣고 긴 머리카락이 돋보이는 그들 뒷모습만 그려놓았습니다. 아이들은 늘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에 다녀야 하고 부모는 생활비, 교육비 마련을 위해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부부 서로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딸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지 관심조차 가지지 못한 채 살고 있다는 슬픈 고백을 털어놓습니다.


여러분의 작품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그려져 있나요? 각각의 표정은 어떤가요? 무슨 옷을 입고 어떤 자세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밝게 혹은 어둡게 그려진 부분은 어디인가요? 가족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는 그림인가요?


우리는 오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지냅니다. 


사실 마리아와 요셉의 가정은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라고 표현될 수 없는 시련과 고통이 가득했던 가정입니다. 성령으로 말미암은 아들의 잉태를 받아들여야 하는 마리아와 파혼을 결심한 요셉은 가정의 시작인 결혼부터 갈등과 시련의 시간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와 요셉은 이러한 갈등과 시련을 신앙으로 이겨낸 참 부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남편 요셉은 하느님께 대한 마리아의 순명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마리아는 신앙으로 자신을 맞아들인 요셉의 믿음을 존경하고 의지하였습니다. 이러한 요셉과 마리아의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인류를 구원하실 구세주께서 인간으로 오시는 가정의 바탕이 되었고 하느님 섭리가 이루어지는 은총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희망하고 추구해야 할 성가정은 인간적인 만족이나 행복만을 추구하는 가정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련과 고통을 순명과 사랑으로 승화시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은총의 가정입니다. 우리 가정에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하느님께서는 그 시간을 통해 우리 가정을 성가정으로 초대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믿으며 가족들이 하나가 되어 주님을 찬미하는 거룩한 가정이 되도록 애를 써야 하겠습니다.

 

1) 구글 ‘Arts & Culture’ 앱을 이용하여 ‘Holy Family’를 검색하시면 루벤스, 엘 그레코, 티치아노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실 수 있고 다른 미술관의 여행도 가능합니다.

 

 

 


  1. 1월 10일자 주님 세례 축일 강론

    예수, 세례 받으시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마르 1,4)”고, 예수께서는 요한에게 가서 그런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렇게 예수께서는 공생활의 처음을 죄인으로 시작하셨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님을 채찍질하...
    Date2021.01.08 Views382 file
    Read More
  2. 1월 3일자 주님 공현 대축일 강론

    동참하시는 주님 새해 첫 주일인 오늘은 ‘주님 공현公顯 대축일’입니다. ‘주님 공현’은 ‘주님께서 당신을 공적으로 드러내신다.’라는 뜻입니다. 즉 이방 민족으로 표현된 동방의 박사에게 예수님께서 경배를 받으심으로서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님이 세상에 ...
    Date2020.12.31 Views510 file
    Read More
  3. 12월 27일자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강론

    은총의 가정 화가 렘브란트는 ‘성가정’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중 에르미타주Hermitage 미술관(St. Petersburg)에 소장된 성화는 성가정의 의미를 묵상할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성경을 읽다가 요람 속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눈...
    Date2020.12.24 Views429 file
    Read More
  4. 12월 20일자 대림 제4주일 강론

    위기인가 기회인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요즈음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는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점입니다. 세균은 서식할 수 있는 환경과 먹이만 공급된다면 스스로 살아가며 번식합니다. 그래서 세균으로 ...
    Date2020.12.17 Views323 file
    Read More
  5. 12월 13일자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강론

    성탄 준비물 구세주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맞이할 길목에서 교회는 자선 주일을 지내며 마음가짐을 추스르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사순 시기가 시작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성당 문이 닫히고 열리기를 반복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확진자 숫자의 증감에 ...
    Date2020.12.11 Views320 file
    Read More
  6. 12월 6일자 대림 제2주일 강론

    사랑의 길 문화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1901~1978)는 한 학생으로부터 “문명의 첫 증거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학생은 자신의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토기, 사냥 도구, 숫돌 혹은 종교적 유물을 마거릿 미드가 말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
    Date2020.12.04 Views255 file
    Read More
  7. 11월 29일자 대림 제1주일 강론

    깨어있건 잠들었건 ‘고엘’을 꿈꾸며 기다리는 대림 시기 오늘 이사야서 말씀 첫 소절에서 대림 시기의 핵심 키워드가 주어진다. 오시길 기다리는 분은 ‘우리의 구원자’(63,16)이다. ‘구원자’로 번역된 히브리어 ‘고엘’은 동사 ‘가알’에서 파생된다. ‘가알’은 ‘...
    Date2020.11.27 Views430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Next
/ 2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