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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오승수 시몬 신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유령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살과 피를 보고 만져 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는 배가 고프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이 이전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따랐고 지극히 사랑했던 마리아 막달레나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스승의 십자가 죽음 후에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도 예수님을 바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복음은 그들의 눈이 가리었다고 표현하지만 어쨌든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전의 예수님과 달랐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유령이 아니었습니다. 이 말을 사도신경에서는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라고 표현합니다. 복음의 저자들은 왜 이렇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유령이 아니었음을 강조했을까요? 그리고 그 강조가 사도신경에까지 포함되었다면 그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겁니다.


육신의 부활이라는 믿음은 물질적인 전체 우주가 우리 운명과 함께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이 몸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은 광활한 우주와 무수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관계성은 죽음을 통해 완전히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종말론적인 희망을 통해 관계가 확장됨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죽음과 인간 이외의 우주의 존재들의 끝이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인간과 같이 자신의 끝에 대한 의미를 고민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부활이 더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이 우주에서의 물질적인 마지막이 존재합니다. 그 마지막은 인간의 육신의 부활과 같이 육에서 영으로의 넘어감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죽음은 죽음 이전의 관계의 절대적인 단절이 아니라 우주와의(하느님과의) 더 깊은 관계로 향해가는 시작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결국 죽음은 이런 의미에서 물질과 육신이 영으로 돌아감을 의미합니다. 삶 속에서는 영이 몸과 물질 안에 깃들어 있었지만 죽음을 통해 이제 육신과 물질은 영으로서 영 안에 자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세계와 관계 맺는 능력을 키워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죽음 이전의 관계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편협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말을 통해 인간은 그 편협함을 온전하게 떨쳐내고 우주적 관계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이전 관계와 이후 관계의 크기의 괴리감이 죽음의 고통이 되지 않을까요?


부활은 사랑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오늘 2독서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사랑은 세상에 물질은 남겨두고 영혼만 거두어가지 않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하느님의 영 안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피조물이기에 그 모든 것은 원래의 자리인 하느님에게로 돌아갑니다. 사랑의 완성인 부활에 이유 없는 제외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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