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82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강 론 오승수 시몬 신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유령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살과 피를 보고 만져 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는 배가 고프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이 이전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따랐고 지극히 사랑했던 마리아 막달레나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스승의 십자가 죽음 후에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도 예수님을 바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복음은 그들의 눈이 가리었다고 표현하지만 어쨌든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전의 예수님과 달랐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유령이 아니었습니다. 이 말을 사도신경에서는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라고 표현합니다. 복음의 저자들은 왜 이렇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유령이 아니었음을 강조했을까요? 그리고 그 강조가 사도신경에까지 포함되었다면 그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겁니다.


육신의 부활이라는 믿음은 물질적인 전체 우주가 우리 운명과 함께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이 몸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은 광활한 우주와 무수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관계성은 죽음을 통해 완전히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종말론적인 희망을 통해 관계가 확장됨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죽음과 인간 이외의 우주의 존재들의 끝이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인간과 같이 자신의 끝에 대한 의미를 고민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부활이 더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이 우주에서의 물질적인 마지막이 존재합니다. 그 마지막은 인간의 육신의 부활과 같이 육에서 영으로의 넘어감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죽음은 죽음 이전의 관계의 절대적인 단절이 아니라 우주와의(하느님과의) 더 깊은 관계로 향해가는 시작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결국 죽음은 이런 의미에서 물질과 육신이 영으로 돌아감을 의미합니다. 삶 속에서는 영이 몸과 물질 안에 깃들어 있었지만 죽음을 통해 이제 육신과 물질은 영으로서 영 안에 자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세계와 관계 맺는 능력을 키워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죽음 이전의 관계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편협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말을 통해 인간은 그 편협함을 온전하게 떨쳐내고 우주적 관계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이전 관계와 이후 관계의 크기의 괴리감이 죽음의 고통이 되지 않을까요?


부활은 사랑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오늘 2독서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사랑은 세상에 물질은 남겨두고 영혼만 거두어가지 않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하느님의 영 안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피조물이기에 그 모든 것은 원래의 자리인 하느님에게로 돌아갑니다. 사랑의 완성인 부활에 이유 없는 제외는 없습니다.

 

 


  1. 4월 18일자 부활 제3주일 강론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유령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살과 피를 보고...
    Date2021.04.15 Views282 file
    Read More
  2. 4월 11일자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강론

    믿으십시오, 그러면 행복해질 것입니다 요즘 세상과 비어가는 성당을 바라보면, 코로나라는 전염병만 퍼진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그리고 믿음에 대한 불신도 참 많이 퍼져 간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실 돈 없어도 사랑할 수 있고, 용...
    Date2021.04.08 Views224 file
    Read More
  3. 3월 28일자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강론

    저∼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교포사목 시절 알고 지내던 미국인 신부님이 있었습니다. 한국말에 능숙해서 종종 미사를 부탁하기도 하고 함께 봉헌하기도 했었는데, 그분이 미사를 주례할 때면 항상 분심에 빠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유창하게 ...
    Date2021.03.25 Views328 file
    Read More
  4. 3월 21일자 사순 제5주일 강론

    “주님께서는 돌아가시어 많은 열매를 맺으셨습니다.” 찬미 예수님. 주님의 평화를 전합니다. 사순 5주일, 5번째 발자국을 내디디면서 주님의 귀한 말씀을 듣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
    Date2021.03.18 Views340 file
    Read More
  5. 3월 14일자 사순 제4주일 강론

    빛이신 예수님께로 나아갑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셨다.”(요한 3,16) 평화를 빕니다. 복음이, 곧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시는 핵심 가르침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 핵심 가르침은 ‘지금 여기에서 내가 예수님...
    Date2021.03.11 Views283 file
    Read More
  6. 3월 7일자 사순 제3주일 강론

    교회에 대한 희망 만물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을 지나고 나니 이제 제법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경칩驚蟄은 얼어붙은 대동강 강물도 녹여버릴 정도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절기입니다. 세상은 코로나 사태로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었지만, 세상...
    Date2021.03.04 Views276 file
    Read More
  7. 2월 28일자 사순 제2주일 강론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2020년! 저는 2020년 하면 학창 시절에 보았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1989년 작)’가 우선 떠오르고 이어 코로나19의 삶이 생각납니다. 지난 1989년에 봤던 애니메이션에서는 우주를 날아다니며 여행하는 삶을...
    Date2021.02.25 Views246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Next
/ 2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