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2.08.18 09:08

기다리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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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예원호 스테파노 수필가

『기다리는 행복』이란 책을 접하고 꼼꼼하게 토씨 하나 흘리지 않고 읽었다. 판공성사 표를 받아 쥐고 죄 사함도 받지 못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뻔뻔하게 기다렸다. 행복은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다리는 것이라 했고 순간의 삶이 영원으로부터 아릿하게 저며 옴을 느끼게도 했다. 때로는 게으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자비를 베풀어 주십사 하고 화살기도를 드린다. 


요즘에 와서는 친지들의 암 투병 소식과 부고를 자주 받기도 한다. 이젠 이승의 삶에서 저승의 삶으로 건너가는 하나의 커다란 준비단계가 아니겠는가. 고향에 가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다는 명령인지도 모른다. 


구세주를 기다리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위해 무릎 꿇고 경배하고 만나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한다. 그가 누구이건 하느님 대하듯 하는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부를 팔아 가난한 이에게 주고 잘난 사람은 못난이를 감싸준다. 


미운 이에게 사랑을 주고 거룩함으로 속된 것까지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변화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마음만 먹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나뿐만이 아니라 믿는 이들도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주변의 삶을 찬찬히 살펴보면 완벽하지 않은 문제투성이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나 스스로만 돌아봐도 여러 가지 부족함을 느낀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 속에서 삐걱거리고 공부나 일처리도 생각처럼 잘 해내지 못한다. 그러다가 남들에게 이런저런 상처를 주기도 하고 죄책감이 드는 행동도 하면서 후회도 한다. 내 가족이나 이웃에게도 다를 바 없는 듯하다. 


아침이면 세상은 다툼과 갈등 사건과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런저런 완벽하지 못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그들에 대한 사랑마저 포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조소와 미움 만으로만 인생을 살아가기에는 삶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나의 완벽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내어 믿음으로 그것을 이겨내야 하겠다. 기다리면 지루하고 조바심이 날지 모르지만 자신의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옆에서 잡아주는 따뜻한 손이 되고 분주한 시간 속에서도 잠시 쉬면서 행복을 기다린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할 것인가. 기다림은 또 하나의 만남이며 나그네가 걷는 마음의 여행길이기도 하다. 그 길에서 좋은 인연으로 길벗이 되어 만나기도 한다. 일에도 다 때가 있어 기다림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 자체가 기다림이다. 기다림은 믿음과 사랑과 희망이다. 너무 조급하거나 강박관념을 버리자. 그분도 기다림의 끝자락에서 찬란한 빛으로 오실 것이다. 나는 이해인 수녀님의 『기다리는 행복』을 읽고 그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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