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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은정 엘리사벳 교수/경남대

김동리의 『목공 요셉』(1957)은 앞서 소개한 『마리아의 회태』(1955), 『부활』(1962)과 함께 김동리의 ‘부활 3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원제는 『어느 날의 목공 요셉과 그의 가족들』이다. 김동리가 성경 속 인물을 소재로 작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그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이 『목공 요셉』은 작가 자신이 이전의 『마리아의 회태』와 자매적인 작품이지만 그 역사적 기준은 별개로 했다고 밝히듯이 요셉의 고뇌가 보다 인간적으로 그려져 있다.


작품의 제목처럼 주인공은 예수의 아버지 요셉이다. 몇 년 전부터 그는 가슴앓이 병을 앓고 있다. 그것은 유월절 기간 중 예루살렘에서 사라진 아들 예수를 성전에서 찾은 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네가 어째서 이러느냐? 우리가 너를 찾느라고 얼마나 놀라고 근심한 줄 아느냐?” 하고 나무라며 물었을 때, 예수는 조금도 놀라거나 미안하다는 기색도 없이, 지극히 태연한 얼굴로, “왜 그렇게 찾으셨어요? 내가 아버지 집에 있을 줄을 몰랐습니까?” 하고 대답했던 것이다. 그의 입에서 ‘아버지 집에’란 말이 나왔을 때, 요셉은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것같이 정신이 횡했던 것이다. 동시에 가슴은 미어지는 듯 시리고 아파왔던 것이다. 그는 물론 예수가 누구를 가리켜서 ‘아버지’라고 하는지 그것을 알지는 못했다. 


도대체 아들이 말하는 ‘아버지’는 누구인가. 자신은 생부가 아닌데 아들이 대놓고 부르는 그 ‘아버지’는 누구란 말인가. 아들 예수를 키우면서 요셉이 느꼈을 갈등과 번뇌는 예수의 입에서 ‘내 아버지’라는 말이 나오는 이 순간에 집중된다. 그로부터 요셉은 병을 얻었다.


이 요셉의 번뇌는 계속된다. 그는 애써 예수를 보통의 장남으로 여기고자 하고 그래서 아들의 혼인을 서두른다. 그러나 예수는 ‘이 세상 사람과 함께 살려고 오지 않았다’면서 혼인하기를 거절하고 이런 아들의 모습에 인간 요셉은 또다시 좌절한다. 요셉의 갈등은 아들 예수를 평범한 인간으로 생각하고 싶은 마음과 예수는 그런 존재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 사이에 있었다. 


어느 날, 예수는 율법 학자인 바사바를 만나러 집을 나선다. 예수에게 이날은 하느님의 일을 하기로 정해져 있는 날이었지만, 인간의 법에서만 살던 목공 요셉은 예수가 주문받은 문을 다 만들기를 원하는 날이었다.


예수는 그 투명하고도 냉연한 목소리로, “저는 아버지께서 시키는 대로 떠나가야 하겠습니다” 하고 딱 잘라 말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요셉의 두 눈에 불길이 번쩍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손바닥은 어느덧 예수의 왼쪽 따귀를 철썩 소리가 나게 훌쳐 때리고 있었다. 


신과 인간의 세계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순간이다. 알 수 없는 신의 세계 앞에서 겪는 인간의 고뇌와 갈등은 우리 모두의 평범한 모습이다. 그날 이후 요셉의 가슴앓이는 점점 더 심해져 두 해 뒤인 34살의 나이로 죽고 만다. 자신의 아들이었지만 결코 자신의 아들일 수 없었던 예수가 말하던 ‘아버지’를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인간, 그래서 예수의 입에서 나오는 ‘아버지’라는 단어에 가장 가슴 아파했던 사람, 목공 요셉은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이요, 그 또한 우리가 연민으로 사랑해야 하는 모습 아닐까. 소설은 마리아의 인간적인 감상으로 마무리된다. 


마리아는 그 뒤, 예수의 신도들에게, 예수가 열두 살 때 ‘성전’을 가리켜 ‘아버지의 집’이라고 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집에 있을 때, 한 번이라도 요셉 이외의 그 누구를 가리켜 ‘아버지’라고 부른 일이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죽은 남편에 대하여 무언지 미안하며 박정한 일같이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220821 8면 문학과신앙 이미지(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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