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89
Extra Form
저자 박재찬 안셀모 신부/ 분도 명상의 집

|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용서 2: 부정적인 감정 하느님께 말씀드리기

 

“미운 사람이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 분노의 감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만 보면 또 미움의 감정이 솟아납니다. 언제쯤이면 그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지난 시간에 용서는 하늘 사랑을 배우는 기회라는 것과 용서를 위해서는 기다림과 침묵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침묵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가서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고 욕이라도 실컷 해 주고 싶어집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또 죄를 짓는 것 같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상대방도 이야기에 동조하다 보면 소위 상대방의 뒷담화(?)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렇다고 혼자서 억누르며 참으려고 하니 분이 치밀어 올라 화병이라도 날 것만 같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나의 억울함과 부정적인 감정을 하느님께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많은 신실하다는 신자들 가운데에는 하느님께는 좋은 것만 말씀드리고 찬양을 해 드려야 한다고 믿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하느님께 표현해도 됩니다. “주님, 저 자매가 저에게 한 모욕적인 말과 배신에 저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화가 나고 그동안 그녀에게 잘해 주었던 것이 후회스럽고 미운 감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그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렇게 기도 중에, 혹은 고해성사 중에 내 안에 있는 나의 어둠을 주님께 고백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때 주의할 것은 나의 마음의 어둠을 이야기해야지, 다른 사람의 죄를 들추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화를 내는 것도 나요, 용서하는 것도 나요, 사랑하는 것도 나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지금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리화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말을 했지만, 내가 분노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성인聖人이라도 화는 냅니다. 그리고 미움과 증오의 감정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노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하느님 안에서 바라보고 그분께 말씀드리기 시작할 때, 우리의 마음이 정화되고 치유와 변화를 위한 기다림의 은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간 이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의 마음을 닮아서 그분의 마음으로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더 큰 선으로 이끌어 주시는 주님의 섭리에 의탁하며 믿음을 갖고, 은총의 때를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토마스 머튼 신부님은 우리에게 은총이 부여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탐욕과 이기심으로 완고해진 의지가 은총을 거부하는 경우 우리 영혼이 더욱 완고하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닫혀진 완고한 마음은 은총마저도 거부하게 할 만큼 강력하게 우리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기도와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비워내고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훈련을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은 결국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이며,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은 결국 ‘자기중심적인 사랑’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을 보여 주신 예수님의 그 사랑에 우리가 계속해서 참여해 나갈 때, 그리고 우리 삶의 십자가의 무게를 견디어 내고 그 안에서 부활할 때, 용서는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질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준비된 우리 영혼 안에 스며들 때,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나는 용서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었구나!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인데… 나의 재산도 나의 생명도 나의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인데…”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우리를 하느님의 사랑의 신비 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어 줍니다. 용서는 하느님과 함께하는 것이며 십자가의 모순을 받아들이고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하늘 사랑인 것입니다.  


억지로 용서하려고, 혹은 용서한 척하기보다는 끊임없이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도록 하십시오.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기쁨에 깊이 들어가다 보면 어느 틈엔가 그 미운 사람, 나를 배반한 그 사람을 원망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게 되고, 그의 영혼도 주님께로 올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났을 때 용서는 완성되고 우리는 그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210411 3면 백그라운드(홈피용).jpg


  1. 더 좋은 가정생활

    Date2021.04.29 Category한 말씀 Views185 file
    Read More
  2. 같은 동물끼리 이러기냐

    Date2021.04.22 Category렛잇고 문화 렛잇비 신앙 Views263 file
    Read More
  3. 사랑에로의 부르심: 모든 그리스도인이 응답해야 하는 삶

    Date2021.04.22 Category현대 영성 Views212 file
    Read More
  4. 용서 2: 부정적인 감정 하느님께 말씀드리기

    Date2021.04.08 Category현대 영성 Views289 file
    Read More
  5.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삶

    Date2021.04.08 Category한 말씀 Views143 file
    Read More
  6. “세상을 치유하기 위해”: 코로나 대유행의 극복을 위한 교황님의 교리서

    Date2021.04.01 Category세계교회 Views951 file
    Read More
  7. 저 산 너머

    Date2021.03.25 Category렛잇고 문화 렛잇비 신앙 Views288 file
    Read More
  8. 용서 1: 하느님 사랑을 배우는 길

    Date2021.03.25 Category현대 영성 Views199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3 Next
/ 33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