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교구 성경사목부는 새 교구청으로 이사하기 위해 30년 동안 쌓아두었던 흔적들을 펼쳤다. 묵은 짐들과 자료들 속에서 그간 잊고 있었던 아쉬움과 감동의 기억들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 30년의 역사를 분류하고 선별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봉사자들은 조를 나누고, 날짜에 맞추어 성경사목부 이사 작업을 도왔다.
혼자 하는 작업도 있지만 무거운 상자를 맞들어야 할 때 상대의 발걸음도 배려해야 하고, 앞장설 때와 뒤에서 따라갈 때 안배하는 힘 조절이 다름을 체험하기도 하였다.

힘들어도 마주 웃으며 격려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애석하게도 새 교구청 이사 일정이 개강 이후라 조급해졌다. 부랴부랴 봉사자들이 시간 내가며 했던 몇 번에 걸친 이사. 개강을 하고 나면 봉사자들에게 수업은 최우선이 된다. 수업 시간을 목숨처럼 지키고자 한다. 갑자기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앞이 안 보여도, 캄캄한 시골길을 달려야 한다. 감기로 열이 끓어도, 집안의 길흉사가 있어도, 수업은 꼭 지켜야 할 약속이기 때문에 봉사자들은 개강 전에 이사를 끝내야만 했다. 

그러나 바램과 달리 결국 이사는 개강 이후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삼삼오오 봉사자들이 지도 수녀님들을 도와 완료한 이사였다.
결코 혼자서, 몇몇 사람으로 할 수 없는 이사를 통해 우리는 공동체의 연대감과 해냈다는 성과에 감사드렸다.

사실 익숙한 곳 가톨릭 문화원을 떠난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자차가 없는 봉사자들에게는 그만두어야 하는 고민을 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으며, 지난 4월 11일 새로운 교구청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넓은 강의실, 편한 책상과 의자, 거대한 스크린, 선명한 빔프로젝터에 너무 감동하고 기뻤지만, 사실 가장 좋았던 것은 새 교구청을 둘러싸고 있는 푸르른 나무, 나무들이었다.

강의실에서 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초록빛이 가득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새 교구청은 바쁜 도심을 벗어나 번잡함을 씻어주고, 건조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포근함이 있다.

성경사목부는 작년 12월에 3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30년을 기념하는 일인 동시에 옛 교구청과의 이별을 고하는 일이기도 하였다. 

이제 마산교구 성경사목부는 새로운 30년을 새 교구청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우리는 이전에도 그러했듯이 교구청 곳곳에 우리의 기억들을 남기게 될 것이다.
월 2회 봉사자 모임을 가지는 강당, 교육반 봉사자들을 위해 밤까지 불 켜진 2층 성경사목부실, 성경잔치 물건들이 쌓여있는 창고, 수많은 소규모 교육과 회의가 이어질 작은 회의실들.

 

새 교구청에서의 첫 모임

여기서 우리의 새로운 3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