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3.12.21 10:09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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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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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시기 동안 고대하며 기다리던 아기 예수님을 모시고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이구동성 즐겁게 노래합니다. “구유에 누우신 아기 보아라”(성가 109번 2절)


아기들의 출생은 그 부모에게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이 됩니다. 저출산 국가인 우리에게 이것은 더욱 실감 납니다. 아기를 통해 우리는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보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말할 것도 없는 큰 기쁨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통해 우리 인류가 구원받을 희망을 현실로 보기 때문에 우리는 환호하며 기뻐합니다. 시메온이 고백한 것처럼 만민에게 베푸신 주님의 구원을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다는 큰 감격으로 성탄절을 기쁘게 맞이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경축하는 성탄 시기에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바로 구유입니다.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가 우리를 위한 표징이라는 말씀을 들었기에(루카 2,12 참조), 우리는 성탄 축일을 준비할 때 구유부터 꾸밉니다. 성탄 전례에 있어서도 구유를 축복하고 구유 경배 예절을 합니다. 이렇듯 성탄에 있어 구유는 중요합니다. 그런데 해마다 하는 구유 경배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에게는, 아기 예수님이 구유에 누워계신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아기가 구유에 누워있다면 참 이상할 텐데도 말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아기 예수님이 구유에 누워계시다는 사실이 그토록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분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기 때문에 인간들과는 다르게 하려고 일부러 마굿간을 찾아 구유 위에 누우신 것이 아닙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여관이 다 차서 비어있는 방이 없었기에 마굿간으로 가셨던 것입니다. 그 시대에는 자연동굴을 마굿간으로 사용했습니다. 빛도 들어오지 않고 통풍도 되지 않아서 가축들의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가득한 컴컴한 동굴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이 세상에 오실 때 인간들이 머무는 곳에는 방이 없어 가축들이 지내는 마굿간에서 태어나셔야 했다니 참으로 송구합니다. 그 당시 사람들이나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나 모두 마찬가지로 비어있는 방, 비어있는 공간, 비어있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어있음의 상징은 아기 예수님께서 누우신 구유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구유는 본래 가축의 먹이를 위한 것이지만 그 통이 비워져있기에 아기 예수님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 각자도 마음 안에 자신만의 구유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는 이 구유를 채우려 힘써 일하고 경쟁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허기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생존의 욕구, 인정의 욕구 등 우리는 많이 허기져 있습니다. 허기진 욕구가 만족되는지 아닌지에 따라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이것저것으로 우리 마음의 구유를 채워 넣으려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가득 채운다고 해서 우리의 허기가 가시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끝없는 허기를 채워주시는 분은 오직 구유에 누워계시는 아기 예수님 뿐이십니다. 예수님은 생명의 빵이십니다. 우리의 끝없는 허기를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만이 채워주실 수 있습니다.


빵집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가진 베틀레헴에서 태어나시어 생명의 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우리 마음 안의 구유부터 비워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 안의 구유가 이런저런 것들로 채워져 있는지, 아기 예수님을 영접할 준비로 말끔히 치워져 있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성당에 모셔진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 드릴 때, 우리 마음의 구유에도 아기 예수님을 모신 기쁨을 벅차게 누리시길 빕니다.

 

※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원고는 이번 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집필해 주신 수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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