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사목부
2024.01.25 10:42

‘가엾은 마음’으로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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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교구 성경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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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옵니다.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마태 9,36)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들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주셨다.”(마태 14,14)라는 말씀이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예리코에서 눈먼 두 사람을 보셨을 때(마태 20,34), 나병환자가 당신께 도움을 청했을 때(마르 1,41), 외아들이 죽어 슬피 우는 과부를 보셨을 때도(루카 7,13)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을 고쳐주고 살려주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가엾다는 생각을 하신 것으로 그치지 않으시고 그들을 위해 행동하십니다. 12년 동안 하혈하는 여인을, 지붕을 벗기면서까지 예수님께 아픈 이를 데려다준 사람들을 보셨을 때도 외면하지 않으시고 바로 행동하십니다. 구원을 선포하시고 병든 이를 치유시켜주셨습니다. 끝없는 자비로 소외되고 고통받는 죄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셨습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죽음 이후 남겨진 모녀가 있었습니다. 그들을 가엾이 여긴 채권자 몇이 남겨준 200만 원이 재산의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차비만 겨우 마련해 학교를 다니다 보니 이리저리 오해만 받게 되고 아이는 자퇴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데 새 학기가 되자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가정환경조사를 통해 아이의 어려움을 알게 된 선생님들이 문제집이나 생리대를 주셨고, 성적이 조금 부족해도 장학금을 받게 되었으며,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말에 여행경비를 내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거절하고 가지는 않았지만, 텅 빈 교실에 홀로 등교했던 아이는 슬프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가여워서 뭐라도 해 주고 싶었던 그 마음들 덕분에 무사히 졸업하여 대학교도 가고 직장도 가지고 결혼도 하여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이의 슬퍼하며 드린 기도를 들으셨고, 그 마음을 아셨기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통해 가엾은 마음으로 다가가도록 성령께서 인도해 주신 것이지요. 어려운 이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여전히 필요한 때입니다. 가엾은 마음을 가지는 것의 출발점은 예수님처럼 약자들의 고통에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이를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마음으로 주는 이의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받는 이에게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되게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사시면서 어려운 이를 위해 망설이지 않고 행동하셨으니 우리도 예수님처럼 그분이 하신 삶을 모방하며 가엾이 여기는 온기의 스위치를 켜고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내게서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가리지 않고 나의 마음을 나누고 손길을 나눌 때 하느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강도를 만나 피 흘리는 이를 돌보아준 사마리아인(루카 10,33),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출 수 있는 아버지(루카 15,20)처럼 말입니다. 회피하지 않고 계산하지 않는 순수한 그 사랑이 필요합니다. 분명 우리 각자 가엾은 마음으로 하루 살기를 성찰하며 살아간다면 조금은 세상이 밝아질 것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를 보게 되면 조용히 다가가 사소한 말 한마디나 작은 사랑의 표현들이 누군가의 삶을 밝혀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밝혀진 길을 걸어가는 그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빛을 전하겠지요. 사실 세상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심지어 우리는 예수님의 자비에 의해서 죽음에서 건져진 사람들이니 이웃에게 도움을 건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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