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
2021.09.02 14:39

주主 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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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봉원 야고보 신부(교구 총대리)

여러분은 무슨 꽃을 좋아하는가?
나는 8~9월에 피는 해바라기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꽃이 아름답거나 씨가 맛있어서가 아니라, 항상 태양을 따라 돌고 돌면서 살아가는 해바라기의 속성 때문이다.


식물, 동물, 인간 할 것 없이, 생명체는 태양 빛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생명체는 늘 남향南向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중에서도 해바라기는 밤낮 구분 없이 태양을 향해 서 있다.


해바라기를 관찰해보자.
아침의 해바라기는 반가운 인사라도 하려는 듯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동쪽을 향해 있다. 한낮에는 줄기를 길게 뻗어 태양을 똑바로 바라본다. 또 저녁 무렵에는 해와 석별의 정을 나누기라도 하듯이 서쪽 하늘 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밤에는 연인에게 실연失戀당한 것같이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다음날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몸을 틀어 동쪽으로 향한다.


그래서 꽃의 이름이 해바라기가 되었다.
해바라기를 일본어로는 히마와리ひまれり, 이탈리아어로는 girasole, 헝가리어로는 napraforgo, 한자어로는 향일화向日花라고 한다. 


이런 해바라기는 언제부터인가 모습이 많이 변했다. 
다른 식물에 뒤질세라 꽃 모양은 둥글게 더욱 커졌고, 키는 장대처럼 높아만 갔다. 자기만이 태양을 사모하고 독차지하려는 집념의 결과이다. 이렇게 지조志操 있게 살아,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태양을 닮은 꽃이 되었다.


해바라기의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해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해바라기에서, 태양을 닮았다는 뜻으로 ‘태양의 꽃’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영어로는 sunflower, 독일어로는 sonnenblume라고 불린다. 생명의 원천인 태양 빛을 놓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태양 중심으로 살아가다 보니, 자신의 모습이 태양을 닮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 태양 같은 분은 누구인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영혼과 육신으로 이루어진 인간은 현세적 삶에서 뿐만 아니라, 내세의 삶에도 빛이 필요한데, 바로 그 생명의 빛으로 오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요한 8,12에서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생명체가 항상 태양을 중심으로 살아가듯이, 신앙인들은 늘 생명의 빛으로 오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살아가야 한다.


회개悔改란 삶의 방향을 전환轉換 하는 것이라고 한다.
잘못된 삶을 뉘우치고 고쳐서 새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또 세속 중심의 삶에서 주님 중심의 삶으로 방향을 바꾸어 사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기도하며 희생하고, 성경을 읽고 봉사도 하며, 미사에 참석해 성체도 모신다. 그래서 회개는 해바라기와 같이 주님을 바라보면서, 주님 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지구도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돌듯이 우리도 주님을 향해 돌고 돌아야 한다. 그러할 때 우리는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우리의 빛이신 주님만을 사랑하면서 사는 주主 바라기가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우리도 언젠가는 주님을 닮은 주님의 사람이 될 것이다.

 

210905 2면 한말씀 백그라운드(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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