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1.12.15 16:40

살아서 이룬 것 중 마지막 남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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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희근 요셉 시인

성 김대건 신부님 희년에 꼭 신부님에 관련된 성지를 순례하거나 기도를 하거나 의미 있는 시편들을 쓰고 싶었다. 그러는 순간 머리 속을 훑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는데 故 배달순 요한 시인의 서사시집을 읽고 묵상하는 과제가 그것이었다. 배 시인의 『한국의 첫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서사시집은 요한 형제가 필생의 작업으로 이룬 창작으로 교황청 도서관에 그 증정본과 관련 도서 외 1권이 전시되어 있다. 


그 서사시집이 아파트에 있는 서고에 어디쯤 10여 년 동안 잠자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바로 서고로 들어가 내 방 책꽂이 아래 널려 있는 책 더미를 살피다가 제일 높이 쌓여 있는 데를 손으로 만지고 그 만진 책을 그대로 들어보니, 바로 놀랍게도 『한국의 첫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가 아닌가. 가슴이 떨렸다. 어찌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성령께서 집어주신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이 기가 막히는 우연을, 아니 기적을!


서사시집 표지를 여니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강희근 사백님께/ 주 강생 2008년 2월 25일/ 배달순 사도 요한 드림”이라 적혀 있다. 그는 죽어서 내게 ‘사도 요한 드림’이라 기명하고 있는 듯했다. 필자는 떨리는 손으로 한 번 읽었던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행적에 대한 서사시를 꼼꼼히 읽었다. 그 내용은 마산교구 가톨릭문인회 2021년 연간지에 길게 실리게 되었다. 사도 요한 시인은 젊어서 한국시의 방향을 두고 필자와 밤새워 논의했다. 숙직하면 숙직실까지 와서 논의했다. 그의 젊은 시절 지향은 새롭고 저돌적인 난해 시와 그 기법에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어느 사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일생에 모든 것을 건 것처럼 서사시에 올인 하고 있었다. 


그의 서사시를 두고 대충대충 읽으며 그가 다음에는 어디로 갈 것인지 걱정했다. 왜냐하면 시인은 웬만하면 한 번 쓴 것을 두 번 고쳐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두 번째 수정 작업을 끝내고 부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필자를 불러 축사를 맡기는 것이었다. 그런 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세 번째 수정 작업을 거치고 예의 완간본 『한국의 첫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서사시집을 낸 것이었다. 그 끈기와 신앙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집으로 한국가톨릭문화대상을 받은 것이었다. 그런 뒤 얼마 안 있어 그 증정본이 교황청 서가에까지 이른 것이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희년에 故 배달순 요한 시인의 창작 작업이 주님 사업에 연결되고, 순교자 현양에 필생으로 다가간 것이었음을 확인하면서 사람은 살면서 한 가지 일을 파더라도 예수님의 십자가와 유관한 것에 머무르는 일이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우리의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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