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3.07.20 09:37

누구나 삶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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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현숙 아마따 수필가

인생은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날줄, 분노와 슬픔이란 씨줄로 짜인 한 필의 피륙이다. 그 안에는 낙동강 삼각주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단언컨대, 세상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은 있어도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거친 세파에 부대끼며 각자에게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삶을 살아가는 초짜 인생들이다. 그런데 필생의 과업인 양 생활 전선에 오롯이 매달리느라 그 귀한 시간과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비워야 채워지고 낮아져야 높아지듯 물질적 손해를 감수할 때 나를 위한 치유의 시간도 생겨난다. 사람 마음이 또한 간사하다. 예를 들어 고생고생해서 소원하던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고도 기쁨은 잠깐이다. 목표를 이룬 순간 더 넓은 집으로 옮겨 앉고 싶은 새로운 꿈이 싹튼 때문이다. 


길어봤자 백 년 인생이건만 시도 때도 없이 출렁이는 욕망과 고뇌로 말미암아 마치 천년의 근심을 끌어안은 듯한 모습이 바로 오늘 우리의 자화상은 아닐까 싶다. 남의 마음도 아닌 내 마음 하나를 다스리지 못해 갈팡질팡 아근바근하다니 내남없이 어찌 이리 미욱한가. 하루치 고민은 양념치킨과 프라이드치킨, 짬뽕과 자장면, ‘찍먹’과 ‘부먹’을 두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족하다. 인생 소풍길이 그 이상 심각할 필요가 있을까.


자동차는 타이어가 펑크 나면 스페어타이어라도 있다. 그러나 인생은 스페어도 없고 어느 누가 내 삶을 대신 책임져 줄 수도 없다. 그러니 한 번뿐인 삶을 후회 없이 살아 보겠노라 욕망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꿀맛을 한 번 본 벌은 꿀단지 속으로 점점 파고들다가 결국 꿀에 빠져 죽는다. 인간이라고 어리석은 벌 신세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여하튼 심신이 걷잡을 수 없이 피폐해진 뒤에야 비로소 질주를 멈춘다. 맹목적이리만큼 치열했던 지난날의 회한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만시지탄이나마 교훈도 얻고 영육 간의 건강도 되찾으면 다행이지만 현실에서는 그 같은 해피 엔딩이 흔한 편은 아니다. 


인생 비법이 무어냐 묻지를 마라. 마음이 편하면 그게 성공이고 행복이다. 사실 열 번 울고 한 번 웃는 게 인생이다. 아픈 기억은 잊고 웃던 일만 기억한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지나간 아픔들을 웃으며 말할 수 있고, 자신을 아프게 한 사람까지도 용서한다면 온전한 성공이다. 한편, 극한 환경에서 자란 꽃이 향기가 짙듯 시련을 잘 극복한 사람은 인생의 깊이가 다르다. 길을 걷다가 발끝에 채인 돌을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여기는 사람에게 시련은 두려운 대상이 아니다. 부자가 부럽지 않으면 가난을 겁낼 이유가 없다. 


그나저나 세상살이 초보로서 실수가 잦은 것은 그렇다 치자. 뒷감당을 으레 주님께 떠넘기는 건 무슨 경우인가. 애먼 주님께 민원 청구는 자제하고 눈앞의 현상에 휘둘리지 않을 통찰력, 중요한 일과 시답지 않은 일을 가려낼 분별력을 주시길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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