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익어가는 함안 대산 들녘
햇빛이 고루 뿌려진다
청춘의 뜨거운 피는
이 빛의 뜨거움으로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그분 따라 떠나는 발걸음
탱자나무 가시 울타리 지나
허연 수염발의 갈대 뒤에
부끄럽지 않게 서서
바람을 맞고 있는 십자가를 본다
그분을 사랑한 죄, 곤장을 맞아야 하고
피 흘려야 했던 병인년의 신음소리
복음은 빛을 따라
들을 건너 산을 넘고
하늘까지 메아리치는구나
사랑을 전하고 평화를 나누고
집에 계신 어머니 마음 헤아리며
기쁨으로 돌아오는 길
땀 훔치며 석양을 바라보는
이 들녘 어딘가
순교자의 발걸음은 오늘도 계속되겠지
순교복자 구한선 타대오 초상화
야외 제대
구한선 타대오는 경상도 함안 미나리골의 중인 집안에서 태어나 우연히 신자를 만나 입교하였고, 전교하러 다니다 병인박해 때 체포되어 문초를 당하고, 23세의 나이로 순교하였다.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동료 순교자 123위와 함께 복자품에 올랐다. 마산교구는 2016년 10월 20일 묘지 이장 작업을 진행해 구한선 복자의 유해를 대산성당 1층에 마련한 무덤 경당 제대에 모시고, 10월 29일 교구장 배기현 주교 집전으로 복자 구한선 타대오 순교성지 기념제단 봉헌식을 거행하였다. 특히 대산성지는 넓은 마당에 조성한 ‘희망의 동산’에 설치된 기념 제단이 있으며, 성지는 자매교구인 오스트리아 그라츠-섹카우 교구와의 공동기금으로 조성해 지역민에게도 열린 공간으로 조성하였다.
경당에 모셔진 묘소
제단 및 희망의 동산
민창홍 요한 시인(시, 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