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4.04.04 09:27

사랑으로 땅을 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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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세정 아숨타 시조시인/ 가톨릭문인회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복을 내리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8) 


친정도 3남 2녀 시댁도 3남 2녀로 대가족에서 자란 나는 2남 2녀의 엄마다. 우리가 결혼할 무렵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정책에 따라 우리 또래의 사람들은 대개 둘만 낳았다. 어느 해인가 동창회에 가서 4남매를 둔 친구 몇몇이 다자녀상품을 타기도 했다.


네 명을 낳고 키우기는 참으로 힘들었고 생기는 대로 낳다 보니 내 건강을 챙기기도 어려웠다. 넷째 아이를 낳게 되자 5남매를 낳아 키운 친정어머니가 옛날에는 대가족이 같은 집에 사니까 할머니와 고모도 도와주셨고 다 큰 자식이 막내를 돌보기도 했지만 이제 혼자서 네 명을 어떻게 키울까 하며 딸인 나를 걱정하시던 때가 있었다.


점점 핵가족이 많아지고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 대세라 육아와 교육비가 만만치 않은데다 의식주 해결이 큰 문제로 목전에 닥치니 젊은이들이 아기 낳기를 주저하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결혼을 안 하거나 한 명만 낳겠다는 신혼부부가 늘어나서 인구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라의 소멸까지 걱정될 정도라니 많이 낳기를 장려할 만하다. 많이 낳던 풍조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계산에 밝아져서 풍요롭고 편안한 이기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자녀가 많으니까 늘 먹을 게 부족해서 아이들이 편식할까 걱정한 적이 없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고 주장한 아이는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들딸 개개인의 복은 하느님께 달려 있다고 믿은 신앙생활도 80세를 앞두고 돌아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형편에 맞춰 성실하게 살아가는 4남매가 고맙고, 뒤늦게 취미생활도 하면서 귀농예술인이 되었으니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삶으로 안배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하늘나라 가신 서상자 힐데가르뜨 수녀님께서 10여 년 전에 한 장의 쪽지를 주며 성령 말씀이라고 하셨는데, 내 생명을 사랑스럽다 하셨으니 나도 많은 생명을 사랑하는 여인이 되어야겠다. 그 쪽지에 있는 내용을 쓰며 사랑을 나누고 싶다. 


“주님의 평화가 함께!/ 아숨타 님,/ 아스라이 복음의 파도가 밀려오던 날/ 복스러이 내 품에 안겨온 사랑스러운 생명이여,/ 보고 또 보아도 그지없이 사랑스러운 귀한 짝꿍이어라./ 너 또한, 새벽하늘 샛별처럼 영롱하고 찬란한 빛의 샘이어라./ 무지개의 화사한 빛살을 품어내면서/ 우울했던 기운을 벗어낼지어다./ 사노라면 겹쳤던 무거움들을 내가 다 거두어 주리라./ 빛에로 다가온 여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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