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4.04.25 09:38

너를 보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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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굉주 에스더 소설가/ 가톨릭문인회

240428 영혼의뜨락 백그라운드 이미지(홈피용).jpg

 

언젠가 읽은 짧을 글이 기억났습니다. 


한 부자 여자가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채로 백화점에서 거리로 나옵니다. 백화점 밖에는 한눈에 봐도 가난으로 찌들어 초라한 행색의 꼬질꼬질한 아이가 있었죠. 그녀는 불쌍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상한 마음으로 질문합니다. “하느님! 왜 저런 가난한 아이들이 생기게 하셨나요? 왜 그들은 부유하지 못할까요?” 하느님께서 곧바로 응답해 주십니다. “그래서 내가 너를 보내지 않았느냐~”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부유한 여자가 거리에서 신발가게를 들여다보고 있는 가난한 소년을 보았습니다. 여자가 아이에게 묻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니?” 아이가 “하느님께 저 신발을 우리 가족에게 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우리 가족은 6명이나 되는데 하느님께서 그럴 능력이 될까요?” 부유한 여자는 아이와 함께 신발가게에 들어가 아이의 신발뿐만 아니라 가족의 신발까지 사줬답니다. 여자는 “하느님은 위대하시고 놀라운 분이시란다. 하느님의 능력을 의심하지 말거라.”라고 말합니다.


아! 그 두 여자는 같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습니다. 첫 이야기에 등장한 여자에게 하느님께서 응답 주셨던 그 순간 자신이 들고 있던 쇼핑백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살펴보았을 것 같습니다. 오롯이 자신과 자기 가족만을 위한 선물이었을 것이고 눈앞에 서 있는 그 가난한 아이의 것은 없었겠죠. 부끄러웠을 겁니다. 그 이후에 그녀는 행동하는 신앙인이 되려고 애쓰지 않았을까요? 하느님의 뜻을 모르고 산 것에 대한 반성과 회개의 모습을 보였을 겁니다. 그렇게 두 번째 이야기의 여자가 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기도를 올렸겠죠. 얼마 후 그녀는 신발가게 앞에서 소년을 만났겠지요. ‘너를 보냈다’라고 하신 하느님께 응답할 시간이 온 것입니다. 실행의 시간입니다. 그녀는 준비된 마음을 가지고 하느님의 뜻대로 소년을 대했을 겁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세상의 나쁜 일에 대해 ‘너희의 하느님은 뭐 하고 계시는데 세상이 이리될 정도로 내버려 두냐? 우리에게 관심이나 있는 거냐?’고 묻습니다. 사실 저도 ‘하느님께서는 왜 일이 저 지경이 되도록 지켜보고만 계실까?’ 하는 질문만을 하곤 했었죠. 그리고 두 번째 여자의 행동을 생각합니다. “누가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 실천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라고 야고보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위해 제 할 일을 찾아야 하는 거겠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 부족한 저이지만 주님의 뜻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실천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되게 해 주십사 기도해 봅니다. 아직은 처음의 여자보다도 못한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두 번째 여자의 모습이 되어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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