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5.04.10 10:23

나의 신앙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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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현주 스텔라 수필가 / 가톨릭문인회

랍비(유대교의 율법학자)가 한 청년에게 요즘 그에 대한 나쁜 소문이 돌고 있어서 걱정된다고 했다. 청년은 금요일마다 반드시 교회에 나가고 하루도 빠짐없이 성경을 읽고 있다며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자 랍비는 ‘당신은 매일 당신의 양계장에도 나가긴 하지만 매일 닭이 되지는 않잖소.’ 하고 답했다.

 

사순특강 33일 묵상회를 신청하면서 문득, 예전에 공부했던 유머가 생각나서 옮겨 보았다. 고등영문법 수업은 영자신문을 교재로 썼는데 유머 난에는 랍비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미국식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날도 많았지만, 그날 ‘영어사전을 끼고 캠퍼스를 돌아다닌다고 문명인이 되지 않는다.’고 했던 강의 때문에 수십 년이 흘렀지만 이 유머를 기억하고 있다. ‘지성인’이라 하지 않고 ‘문명인’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던 교수님의 저의는 잊고 지냈다.

 

묵상회 안내문을 받고 본당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혹시...두 번쯤 결석할 수도 있는데, 신청이 가능할까요?”
“처음부터 이 날은 이래서 안 되고 저 날은 저래서 안 된다고 단정하지 말고, 흐름에 맡겨 보세요. 그러나 몇 번을 참석하든,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분명 은혜로울 겁니다.”

 

3월에 한 주일 이상은 사내 연수가 있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적당히 들을 핑계부터 만들며 당당하게 빠질 궁리를 했었다. 전화를 내려놓으며, 랍비가 걱정했던 청년이 바로 오늘, 내 모습이었음을 깨달았다.

 

고백하건데, 나는 늘 나이롱(?)신자였다. 신자입네 하며 겉멋만 잔뜩 든 쭉정이로, 주일 미사에만 겨우 참석하고, 아니 성당을 다녀오기만 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어쩌다 한 번 독서를 하게 되면 겨우 몇 달 보험금을 넣어놓고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나이롱환자처럼 청하는 기도가 얼마나 많았던지는 비밀이다. 하느님의 백성이 되겠다고 언약한 지 7년이 지난 이제야 겨자씨보다 작은 신심을 챙겨 돌아보니, 가난한 마음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은 채 어리석은 믿음을 내세우며 대접받으려는 손님처럼 드나들었을 뿐이었다. 쥐구멍도 과해서 들어갈 데가 없다. 이번 사순시기에는 기도하고, 묵상하며 부끄럽지 않을 백성이 되리라 다짐하며 언제 누구에게 받았는지 모르는, 오래된 묵상집을 펼쳤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2코린 6,2).
첫 장의 말씀을 한 글자씩 단정하게 옮겨 쓰며 신앙을 고백했다. 온전히 받아들 이는 믿음을 새롭게 다지면서 처음의 마음을 기억하는 ‘세례의 기억’과 껍데기만 껴 안고도 당당했던 죄를 회개하고 용서를 비는 ‘참회’. 이 두 가지를 아니 지은 죄를 모두 기억하면서 문명인이자 신앙인으로 구원받고자 감히 청해 본다.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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