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사랑은 상대를 행복하게 해 주려고 깜짝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거라고 하지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그냥 옆에 있어 줄 수는 있습니다. 그 기막힌 순간을 함께 들어주고 버텨주고 함께 울어 줄 수 있습니다. 가만히 열린 마음으로 그저 관심어린 다정한 눈으로 상 대방을 섬세하게 살피면서.
어느 날, 본당 수녀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늘 야고보에게 들은 말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수녀님!” “장애인센터 선생님이 전화를 했어요. 이번 달 지역탐방행사로 내일 봉곡동성당을 방문해도 되겠냐고 해서 신부님과 상의 후 10시 미사에 참석하면 좋겠다고 했어요. 미사 시작 10분 전에 성당에 도착하기로 약속했는데 야고보 엄마가 아셔야 될 것 같아서요.” ‘그 친구들이 미사에 참석한다고? 야고보만 신자고 다른 친구들은 신자가 아닌데...’ “수녀님, 그럼 제가 간식을 준비하면 될까요?” “아닙니다. 수녀원에서 준비할게요.”
다음날, 미사시간이 되었는데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미사 시작 종이 울리자 성당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는 초조하고 불안했다. 드디어 택시 1대가 도착했다. 야고보와 친구 2명과 선생님이 내렸다. 먼저 성전으로 안내하여 자리에 앉혔다. 입당성가가 끝나고 신부님께서 오늘 이 미사 중에 우리 성당을 방문한 장애우들이 함께할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다른 친구들을 안내하려고 성당입구로 갔다. 드디어 택시 4대가 다 도착했다. “어머니, 늦어서 죄송해요.” 출발하려고 준비를 하는데 돌발사태가 생겼다고 했다. 왜 아니겠는가. 이 친구들 10여 명을 데리고 오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입구에서 한 친구는 운동화 끈을 풀어서 다시 매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은지 아이는 계속하여 신발 끈을 풀고 선생님은 달래가면서 묶어주고 있다. 겨우 데리고 와서 자리에 앉혔는데 또 운동화 끈을 풀어버린다. 야고보는 친구들과 자리에 앉아 미사 기도문을 외울 때마다 옆의 친구가 쉿! 조용히 하라며 주의를 준다. 그래도 큰소리로 주님의 기도를 바치자 손바닥으로 야고보의 입을 막기도 한다. 나의 염려와 달리 순조롭게 미사가 잘 이어지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재빨리 그 친구를 유아실로 데리고 가서 진정시켰다.
미사가 끝나고 다과가 마련된 강당으로 가는데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들이 서로서로 높은음 소리로 노래하듯 은총을 나누기 시작하신다. “천사들이 와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니 내가 다 거룩하게 느껴져 눈물이 나더라.” “소나무에 내려 앉은 단정학처럼 우리 죄를 보속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파장이 있어 서로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는가 보다. 강당에서 신부님 수녀님과 서로 이 야기를 건네며 간식을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들과 함께 한 미사는 닦아도 지워도 자꾸만 더께가 쌓이는 내 영혼을 깨끗이 씻는 기도의시간, 은총의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