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교구장 사목교서

“지구 공동체의 해”

머리말

친애하는 마산교구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

‘90년대를 여는 1990년의 새해를 맞이하면서 여러분의 가정과 우리 마산교구 위에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기원합니다.
1990년대는 우리 한국 교회가, 80년대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과 한국 천주교회 전래 200주년 및 제44차 세계 성체대회 등 전국적 행사를 치루고 난 후 바로 맞이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울 크고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 대회들을 치룰 때마다 외적 성대함 보다는 내실 있는 교회의 성장을 염원하여 왔습니다. 돌이켜 보건데 위 3대 행사는 온 교회의 극진한 노력과 결집된 정성을 쏟은 결과, 나름대로 성대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치루어졌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90년대를 맞이하는 우리는 착실히 그 결실을 거두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뜻에서 저는 1990년도 교구 사목방향을 교회 공동체 공고화와 한 마음 한 몸 운동의 지속적 추진 및 정착으로 정하고, 교구민 모두의 적극적 동참을 구하고자 합니다. 이 두가지 목표는 교회의 내실있는 성장에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1. 지구 공동체 공고화

“오직 하나인 가톨릭 교회는 지역 단위 교회들(교구)로써 구성되고 존립”(교회법 368)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이요 거룩하고 공번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참으로 내재하며 활동”(동369)하는 것은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이 사목하는 교구 단위 교회입니다. 그런데 교구가 광활하고 신자수가 많으므로, 주교들은 사목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하여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 자기에게 맞겨진 교구를 관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 교구가 여러 지구와 여러 본당으로 분할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참 그리스도의 교회 공동체가 실현되는 기본 단위는 교구공동체인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교구는 내년 (1991)이면 교구설정 25주년을 맞이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있습니다. 그래서 금년에 저는, 마산 교구장으로 취임하면서 밝힌 바 있는, 참 그리스도의 교회상을 실현해 나아가는데 교구 사목의 역점을 두면서 그 첫 단계로, 지구 공동체를 공고히 하고 그 활동을 활성화 하는데 모든 사목의 노력을 경주하고자 합니다.

마산교구는 6개 지구로 분할되어 있습니다. 각 지구는 도시, 농촌, 어촌, 중소 도시 등으로 각각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각 지구간에는 문화, 경제, 사회적으로도 다소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각 지구에는 특색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르는 교회의 사목방향에도 다소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뜻에서 각 지구는 자기 지구에 맞는 사목방향을 모색하고 가능하면 공동으로 거기에 대처해 나아가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 같은 지구는 거리적으로 서로 가까이 인접하여 있기 때문에 합동으로 어떤 행사나 사목계획을 진행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할 때에 지구내 모든 본당들이 서로 협력하고 도움을 주며 신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함으로써 지구 공동체가 공고히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구 단위의 친교와 봉사와 증거의 공동체 형성은 자연히 교구 공동체의 공고화와 활성화로 직결될 것입니다.

2. 한 마음 한 몸 운동의 지속적 추진과 정착

지난 10월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는 교황님을 모신 가운데 성대하게 치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성체대회는 한국적 성체신심의 한 표현으로 “한 마음 한 몸”운동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는 성령의 감도로 도출된 이번 성체대회의 큰 열매라고 여겨집니다. 사실 성체대회가 여러 가지 행사나 대회만으로 끝나버렸다면 그것은 한국교회의 앞날을 위해 큰 유익이 안된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 운동이 우리 교회 안에 정착될 때에 우리는 성체대회를 치룬 보람이 있고 성체대회를 통한 교회의 내적 성장이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정착시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한 마음 한 몸”운동은 개인과 가정, 본당과 지구, 그리고 교구의 차원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추진될 수 있으며, 각각 적절한 방법을 찾아서 실천해 나아가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한 마음 한 몸”운동은 본당 내에서는 본당 공동체를 단합시킬 뿐 아니라, 지구와 교구 공동체로 일치의 폭을 넓히고, 나아가서 세상과의 연계를 맺을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참 그리스도의 교회가 세상 안에서 지향하는 친교와 봉사와 증거의 공동체가 되는 길입니다.

맺는말

친애하는 마산 교구민 여러분!

우리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부르심에 응답하는 충성스러운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1990년이라는 은혜의 시간을 우리에게 허락하시고 당신의 구원계획의 완성을 위하여 우리들을 부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 실천사항들이 교구장의 사목지침을 통하여 여러분에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10만 교구민이 일치 단결하여 이 사목지침을 따라 열심히 살아갈 때에 우리 교구는 참다운 그리스도의 교회상을 구현하고 이 지역 사회 안에서 참 그리스도의 구원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와 교구 공동체 위에 주님의 풍성한 축복을 기원합니다.

<구체적 실천 사항>

1. 지구 공동체 공고화
가. 지구 사목 협의회 구성, 운영. (지구 사목협의회 규약 참조)
나. 지구 차원의 공동 사목연구, 계획 및 실천.
다. 지구별 공동 전례, 교육, 행사, 피정, 연수회 등 실시.
라. 지구내 본당 유대강화 및 협조.
마. 지구내 신설본당 계획 및 추진.

2. “한 마음 한 몸” 운동의 지속적 추진 및 정착
가. “한 마음 한 몸”운동 교구본부 설치 운영.
나. 본당내 불우 이웃돕기 실천.
다. 지구차원 “한 마음 한 몸”운동 전개.
라. 개별적 및 단체적 헌미, 헌혈, 장기기증, 입양, 결연 등 적극 참여 권유.
마. 사회복지사업 활성화.
바. 에콰돌 선교사 후원.

1989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마산 교구장 주교 박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