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교구장 사목교서-“선교하는 가정의 해”

by admin posted Nov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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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교구장 사목교서

 

1993년 교구장 사목교서

“선교하는 가정의 해”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신앙 쇄신의 해”를 보내고 1993년 새해를 맞이하는 여러분의 모든 가정과 온 교구 위에 하느님의 자비와 축복을 기원합니다.
저는 금년을 “선교하는 가정의 해”로 정하면서, 우리 마산교구의 모든 가정들이 복음화 된 그리스도교 가정이 되어 교회와 사회 안에서 그 본연의 사명을 다 해 줄 것을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부부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가정은 하느님께서 원하신 인류 공동체의 기초단위이며, 사회는 그 가정들이 모여서 형성됩니다. 따라서 한 사회에서 가정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으며, 건전한 가정들이 있을 때 사회도 건전해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 가정들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오늘날의 가정 상황은 과거와 비교해서 좋아진 면도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변화된 현대 가정들이 보이는 긍정적인 면으로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인식 고조, 부부 및 부모 자녀간의 인간관계의 질적 향상, 여성의 존엄성 인정 및 여권 신장, 자녀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 그리고 교회와 사회로 열린 개방성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반면 부정적인 현상으로서, 가정의 기본적 가치가 붕괴되는 몇 가지 심각한 징조(가정 공동체 6항)가 나타나 우리를 염려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핵가족화로 인한 자녀 교육 및 노인 문제, 이혼의 증가, 인공 유산 및 자연을 거스른 피임의 성행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 한국 사회의 가정 상황 역시 그 부정적 측면에 있어서 예외가 아닐 뿐 아니라 도리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욱 심각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계시의 보유자요 수호자인 교회는, 누구보다 먼저 사회의 근간이 되는 결혼과 가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파괴된 하느님의 질서를 회복해야 할 책임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지나 1980년,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가 전 세계의 가정 문제를 주제로 다룬 것이라든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그 회의의 건의를 받아들여 ‘가정 공동체’라는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신 것 등은 교회가 이 중대한 사명을 적시에 수행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산교구가 1993년도 사목지표를 “선교하는 가정의 해”로 정한 것도 같은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자 여러분께서는 저의 이 뜻을 잘 이해하시어, 각자 자기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 사회의 모든 가정들이 하느님께서 애초에 의도하신 성스러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1) 사랑과 생명에 봉사하는 가정

당신 모상대로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창세 1,26-28)하신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가 혼인하여 가정을 이루고 살므로 당신의 사랑과 생명이 이 세상 안에 번져나가기를 원하셨습니다. 사랑으로 결합된 부부는 그 사랑의 열매인 자녀를 낳음으로써 인류 번성에 기여하게 되며, 이는 곧 혼인 제도를 제정하신 하느님의 의도대로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로서의 가정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 됩니다.

사랑은 가정 안에 있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리고 사랑이 가득찬 가정 분위기는 진정한 행복과 평화의 터전이 됩니다. 이런 뜻에서 모든 그리스도 신자 가정은 사랑의 근원이요 충만함이신 삼위일체의 하느님과, 가난하지만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나자렛의 성가정을 모범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생명은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선물이요 인생의 기본가치입니다. 그리고 생명을 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이 생명을 잘 보존하고 키워가는 것은 인간의 의무요 도리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늘날 우리사회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과는 정반대로 생명을 소홀히 다루거나(마약, 알콜, 기타 해로운 기호 식품들의 남용 등), 심지어 생명을 죽이는 일(인공유산, 안락사 등)까지 자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생명의 하느님께 항거하는 가장 무서운 죄악이며, 그리스도 신자 가정은 이러한 사회의 그릇된 풍토를 시정하는데 마땅히 선봉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난 해 가을, 우리 한국 천주교 주교단에서 “태아의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성명서와 함께 교회 전체가 “낙태 반대 100만명 서명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것은 바로 이러한 교회의 사회적 사명을 실천한 것이었습니다.

인간 생명의 충만은 육신 생명의 충만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육신 생명보다 영적, 정신적 생명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육신 생명이나 건강만을 전부로 아는 찰나적인 생각에 치우쳐, 그 이상의 영적, 정신적 가치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 신자 가정은 세상의 창조질서를 존중하고, 특히 인간 생명을 소홀히 여기는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가정공동체 17항)을 이루어 이웃에게 삶의 의미와 행복을 전달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사랑과 생명이 충만한 세상이야말로 세상을 사랑으로 창조하신 하느님께 가장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2)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가정

인류 사회는 가정들이 모여서 형성되는 한 공동체이기 때문에 가정에 당연히 사회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합니다. 개인 이기주의가 나쁘듯이, 부부간의 이기적인 사랑이나 자기 가정만을 생각하는 가정 이기주의 또한 극복해야 할 사회악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형태로든지 이기주의적 사고방식은 사회를 병들게 하고,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까지 그 해독이 되돌아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현대인들은 공동체 의식이 없이는 결국 인류 전체가 함께 멸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동서의 화해, 핵무기 제조 제한조치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생명운동 등은, 하나의 인류 공동체로 창조된 인간은 대화와 협력, 그리고 서로 사랑을 나눔으로써만 공존 공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가정은 모든 인간 교육의 ‘첫 번째 학교’(그리스도교 교육에 관한 선언 3항)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해가는 동안 사랑과 봉사, 일치와 나눔 등 공동체 생활의 기본교육을 가족 관계 안에서 제일 먼저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가족 서로 간에 주고받는 사랑과 우애는 이웃과 세상을 향한 사회적 덕성(가정공동체 42항)이 함양되도록 도와줍니다. 더구나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부모들의 좋은 표양으로 서로 가진 것을 나누고,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과 형제애를 배운다면, 자녀들은 건전한 사회발전을 위한 일꾼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 첫 번째 교육의 장이 그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 가운데 성장한 사람은 사회적 성격의 결함으로 사회를 병들게 하여, 그가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한 예로 정치인들은 독선적이 되고 기업인들은 고용인들의 권익을 짓밟는 등, 건전한 사회 발전을 해치는 요인으로까지 드러나게 됩니다. 한 개인이 성장기에 습득한 삶의 태도가 사회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이처럼 크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덕성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입니다.

3)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하는 가정

가정은 ‘가정교회’ 또는 ‘소규모 가정’(가정 공동체 49항;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11항)라고 불립니다. 그것은 부부가 그리스도의 구원인 열매인 성사로 맺어지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성세와 견진성사로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 신자 가정이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하여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기본적 임무(가정 공동체 49항)인 것입니다.

교회 본연의 사명은 두말할 필요없이 세상의 복음화요 선교입니다. 모든 그리스도 신자 가정들이 교회의 이 사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남미의 푸에블라(Puebla)에서 “복음화의 장래는 대부분 가정 교회에 달려있다”(제3차 중남미 주교회의에서 연설. 1979.1.28)고 호소하신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에 보면, 이러한 가정의 선교 사명이 “특히 복음의 씨가 갓 떨어졌거나, 교회가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지방”(11항)에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 교회가 명심하여 귀 기울여야 할 말씀이라 하겠습니다. 가정이 이 선교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부터 복음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신자 가정은 꾸준한 회개의 노력으로 먼저 자기 가정에서부터 부부간의 사랑의 관계 회복, 부모와 자녀간의 사랑과 존경의 올바른 관계 정립, 온갖 복음적 가치가 존중되는 가정 분위기를 형성(가정의 정체성회복, 가정공동체 17항)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하는 가정에서 자녀들의 신앙교육은 특히 중요시 되어야 합니다. 어린 시절에 받는 신앙 교육은 자녀들에게 깊은 신심과 희생, 봉사, 사랑 등 그리스도교적 삶의 습성이 형성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그리스도 신자 가정은 그 일치의 모습만으로도 세상을 향한 복음 선포의 몫을 하게 됩니다.
가족 중에서는 누군가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성직자나 수도자로서 직접 선교에 나서게 된다면 더욱 ENldj나게 교회의 선교 사명에 참여하는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물질문명과 산아 제한 등의 영향으로 성소자 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고, 근년에 와서는 우리 마산교구도 그러한 추세로 기울어지는 때에 교구내 많은 성가정에서 교회의 선교 사명을 위해 자신을 봉헌할 젊은이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1993년 “선교하는 가정의 해”가 우리 마산교구의 모든 가정이 가정 공동체의 중요성과 복음화에 새롭게 눈을 뜨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정 공동체의 복음화는 이웃을 향해 열려져 곧바로 세상의 복음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주님의 도우심과 우리들의 노력으로 교구내 모든 가정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선교하는 가정”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의 가정을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에 맡겨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1992년 11월 29일 대림 첫주일에,
천주교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

<실천을 위한 참고사항>

1) 사랑과 생명에 봉사하는 가정
교육
가정의 중요성, 혼인, 혼인준비, 생명의 존엄성, 사랑과 생명에 봉사하는 부부, 부부애, 자연적 가족계획, 생명 수호, 부모와 자녀의 관계,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권리와 의무, 형제애, 노인 문제, 예절 교육
실천
행복한 가정, ME운동 강화, 부부애를 돈독히 하기 위한 일들(부부간의 대화, 생일 축하해 주기 등), 가정의 평화와 단란한 분위기 조성을 위한 일들(가족간의 대화, 함께 소풍 등), 형제 친척간의 우애 돈독히 하기, 돌아가신 조상을 위한 기도, 노인 공경 잘하기, 효도 잔치

2)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가정
교육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 사회에 열려있는 가정, 사회 문제와 가정, 사회 교육의 장(場)인 가정, 사회 복지와 가정, 일치와 나눔의 체험의 장(場)인 가정, 사회 안에서의 가정의 권리
실천
자녀들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한 일들, 가족 단위로 사회 복지 시설 방문, 불우한 이웃 돕기, 결손가정 돕기, 소년소녀 가장, 외로운 노인 돕기, 가족 단위로 애긍시사를 위한 절약, 단식재, 금육재 등 지키기, 환경, 생명 운동 참여

3)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하는 가정
교육
교회의 신비 안에서의 가정, 가정교회, 복음 선포의 공동체인 가정, 가정 공동체와 본당 공동체, 신앙 교육의 못자리인 가정
실천
사랑의 공동체 만들기, 가족 공동 기도와 성서봉독, 부모가 직접 자녀들에게 교리 교육, 가정봉헌(예수성심께.. 기타), 혼인 갱신식, 자녀들의 성식자, 수도자 성소 키우기, 한 가정이 한 가정 전교하기, 어린이들 전교하기, 냉담가정 방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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