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1982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우리의 마음이 당신을 향하여 있사오니, 주여, 당신 종들의 영혼에게 기쁨을 주소서

posted May 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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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우리의 마음이 당신을 향하여 있사오니,

주여, 당신 종들의 영혼에게 기쁨을 주소서.”

(시편 85)

교구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에게, 또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성탄의 기쁨과 새해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습니다. 오늘 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모든 교회는 정성을 다하여 구세주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할 것이며 이 사회 곳곳에서도 크리스마스 축제를 기릴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크리스마스를 단순한 하나의 축제일로만 여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신 참된 뜻을 잘 이해하고, 기쁘면서도 참으로 유익하게 이 날을 기념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능력을 최대로 과시하고 부르짖는 현대인은 기쁨에 차있어야 하는데도 사실은 고민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편리하리라고만 여겼던 인간이 오히려 자신이 만든 문명으로부터 공포를 느끼며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세계는 적극적이고 희망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도덕성을 잃어가고 있는 정치현실이나, 인간 스스로가 자초한 경제불황으로 말미암아 내일의 사회에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예고하고도 있습니다. 또 저마다 경제제일주의를 꿈꾸는 마당에 경쟁의 윤리를 무시한 이기심은 불신사상과 비인간화 현상을 낳고 있어서 인정이 메말라 가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이런 현상을 늘 피부로 느끼며 사는 현대인은 드디어는 그 긴장의 원인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인간이 진실로 열망하는 참 행복의 열쇠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같습니다. 어두움의 상태는 분명히 빛을 필요로 하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가장 짙은 어둠 속에서 비치는 큰 빛이 가장 강렬합니다. 우리는 오늘 우리가 사는 삶의 현장에서 불안과 긴장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빛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이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성탄의 신비를 깊이 묵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의 뜻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은 인간의 해방자로 오셨습니다. 그분은 인간 사회 안의 부정과 불의로부터, 인간 스스로의 죄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분은 인간으로부터 슬픔과 괴로움을 없게 하고 인간의 마음안에 내재한 악의 세력을 없게 함으로써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평화와 기쁨과 행복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탄생하셨습니다. 먼저 우리는 유대라는 작은 나라의 한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의 탄생장면의 겸허한 모습 안에서 성탄의 뜻을 생각하고, 그분이 오신 이유에서 인류의 죄에 대한 용서의 깊은 측면을 좀 더 깊이 묵상해 보도록 합시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하느님을 저버린 인간을 그 죄과대로 다스리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오히려 인간의 입장에까지 내려오심으로써, 보잘 것 없는 우리의 인성이 전능하신 당신의 신성에 결합될 수 있도록 인간의 품위를 들어 올리셨습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속성인 사랑의 아름다움을 설파하심으로써, 인간 서로간에 장벽이 되는 미움과 죄책감으로부터 해방 될 수 있는 용서의 신비를 보여 주셨습니다. 그분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사랑의 이중계명을 하느님의 뜻으로 밝히시면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연결시키셨습니다.
이상의 진리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떠나고 기도를 잃은 인간이 마치 방향의 키를 잃은 배와 같다”는 말이나 “진실로 인간적인 것은 모두 다 신적인 것이다”고 하신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천국에서 가만히 앉아서 죄인인 인간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사람이 되셔서 오셨습니다. 우리는 흔히 “상대방이 먼저 오기만 하면...”하고 말하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신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엔 더욱 고고해지기가 십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탄의 신비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먼저 오셨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에게서 몇 번이고 거절당하시지만 끊임없이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이런 차원에서 묵상하면 우리가 이웃을 사랑하지 않을수 없고, 이웃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 화해의 신비가 오늘을 사는 “너와 나”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했을 때, 그리고 이 화해의 신비가 미움을 극복하고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참된 자유와 기쁨을 갖다주는 것이라고 했을 때, 이 화해야말로 오늘의 어두움을 비추어 줄 수 있는 하나의 빛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나라 이 민족이 애타게 기다리는 통일에의 의지도 비방이 아니라 항상 “구원의 빛이 북녘 어두움도 비추게 사소서.”(선교 200주년 기도문)라는 형제애의 정신 위에서 애써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 국민의 염원인 민주화의 발전 문제에 있어서도 정치권력을 행해서 “강권이 아니라 자유와 책임의 식에 뿌리박은 도덕적 힘으로서 전국민을 공동선에 향하게 해주는 봉사적인 권력”(사목헌장 74)이 되도록 기도해 주어야 하며, 언제나 사랑과 대화의 노력을 해가야 할 것이고, 동시에 지도자들도 사랑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권력으로 인해서 아픔을 당하는 이에게 해방의 기쁨을 갖다주는 화해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와 또 가정에서도 언제나 내가 먼저 찾아가고, 내가 먼저 도움을 주는 사랑과 화해의 바탕 위에서 구세주 성탄의 신비를 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 분야에서 이러한 화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봉사할 때 비로소 성탄 축일은 그리스도 신자들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의 진정한 축일이 될 것이며, 주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 내려지는 그 평화가 내려지게 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1982년의 한 해도 다 저물었습니다. 묵은 해를 반성하고 정리하면서 다가오는 새해는 보다 알차고, 더욱 전진하는 해가 되기 위해서 새로운 설계와 계획을 꾸려야 하겠습니다. 특별히 1982년은 “본당 공동체의 해”로서 각 본당들이 사목자와 모든 신도들 간에 깊은 사랑의 일치와 친교를 이루고, 부활하신 주 그리스도를 한가운데 모시는 신앙의 공동체로서, 믿음과 사랑 안에 쇄신되어 민족 복음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도약의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교구내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특히 여러 형제자매님들의 교회에 대한 사랑과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껏 우리 교구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습니다만 새해부터 시작되는 “교구 공동체의 해”에도 더욱 큰 발전을 이룩하도록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맞이합시다. 다가오는 새해는 교구적인 일치와 친교를 위한 “교구 공동체의 해”입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교회생활이 주로 본당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소에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교구 공동체를 분명히 의식하고 교구 공동체 발전을 도모하자는 뜻에서 주교단은 공동사목 교서를 발표하고 그 지표를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지역 교회인 하나의 교구안에 사목적 필요성 때문에 나누어져 있는 여러 본당과 본당적인 사도직 활동이 언제, 어디서나 주교의 사목방침에 준하여 전개되고 어느 면에서도 교구적인 일치에 장애되는 일이 없도록 다 함께 기도하고, 공부하며, 행동하고, 봉헌해 나가도록 해야겠습니다.
기쁜 성탄절과 희망의 새해에 주님의 사랑받는 모든 이들에게 내리는 그리스도의 펴와가 이땅의 모든 이들에게 내리기를 간절히 빕니다.
엠마누엘이시여 우리와 함께 머무르소서.


1982년 성탄 축일에
천주교 마산 교구장 주교 장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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