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1993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하느님께서는 언약하신 대로 다윗의 후손 가운데서 구세주 예수를 보내 주셨습니다

posted Jun 11,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1993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하느님께서는 언약하신 대로 다윗의 후손 가운데서

구세주 예수를 보내 주셨습니다

(사도 13,23)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구세주 성탄을 기뻐하며 여러분의 가정에 성탄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맨 처음, 무한한 사랑으로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으로 하여금 영원한 행복을 누리며 살게 하셨습니다(창세 1,26-28). 그러나 인류는 원조(元祖) 아담과 에와의 범죄로 말미암아 죄의 지배를 받게 되었으며(창세 3),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그 비참한 멸망의 상태에 버려두지 않고 구원해 주실 것을 작정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출애 6,4; 19-20)을 맺으시며 구세주를 보내 주실 것을 약속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구원의 약속을 신뢰하고, 이 믿음을 키워가며 구세주가 오시기를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때가 찼을 때’(갈라 4,4), 하느님의 외아드님께서 인류구원을 위해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셨습니다. 이스라엘과 온 세상이 고대하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윗의 후손 가운데서 탄생하시어 새 계약의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제 인류는 원죄로 말미암아 잃었던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되찾고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어 영원한 생명을 바랄 수 있게 되었습니다”(디도 3,7).
지금 우리는 이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을 기리며 기뻐하고 있습니다. 죄와 멸망의 구렁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신 구세주의 성탄이야말로 참으로 복되고 은혜로운 날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탄의 기쁨은 구원의 약속이 이루어진 기쁨이며, 이 약속을 믿고 끈기 있게 기다려 온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믿음과 감사의 기쁨입니다. 그래서 구세주께서 탄생하시던 날 밤, 이스라엘의 믿음을 이어받은 순직한 목동들은 아기 예수를 구세주로 알아 뵙고, 기쁨에 차 그분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우리 역시 지난 대림절 동안 구세주 탄생을 기다려 왔고, 오늘 아기 예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우리 함께 소리 높여 “우리의 구세주 그리스도 오늘 탄생하셨도다!”(성탄밤 미사 응송)하며 기쁜 마음으로 노래합시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약속과 기다림의 역사가 이루어진 오늘, 우리는 하느님의 약속만을 믿고 온갖 시련과 고통을 견디면서 수천 년 동안 메시아를 기다려 온 아브라함의 후손들처럼, 우리 자신도 그러한 믿음을 간직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나는 과연 구원을 믿고 갈망하며 살고 있는지?”, “구세주께서 이루어진 구원의 은총 속에서 살고 있는지?”, 특히 “구원의 열매를 맺으며 살고 있는지?” 등을 반성해봐야 하겠습니다.
아직도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총을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물론, 그리스도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생명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대의 물질문명은 자칫 삶의 목적을 잃고 물질의 노예가 되거나, 향락위주의 삶에 빠져 구원의 은총을 저버리게 할 위험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현대인들의 탐욕과 이기심은 구원에 대한 열망을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 우리 함께 2000년 전 구세주 탄생을 목격한 단순하고 순직한 목동들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구세주 탄생을 알리는 천사의 말씀을 듣고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를 찾아 달려간 그들의 믿음과 희망을 본받읍시다. 우리를 방황하게 하고, 믿음을 잃게 하는 어둠의 세력들을 떨쳐버리고, 그들처럼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리라는 믿음을 갖고 그분을 만납시다. 오늘도 구세주께서는 구원을 애타게 바라는 우리 마음안에 탄생하시어, 우리의 모든 잘못과 두려움, 거짓과 상처들을 다 씻어 주시며 온갖 탐욕과 이기심으로 얼룩진 이 세상을 희망으로 다시 밝혀 주실 것입니다. 우리 안에 새 구원을 이루어 내실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구세주 성탄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비천한 인성을 취해 강생하신 하느님의 외아드님께서 지상에서 우리와 함께 살다가신 생애를 기억해 봐야 하겠습니다. 그분은 베들레헴의 한 초라한 마굿간에서 갓난아기로 탄생하신 후, 가난한 여느 사람들이 겪는 수고와 고통들을 체험하고 사시다가, 마침내는 우리 죄를 대신하여 온갖 굴욕과 천대를 다 받으시며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사도 바오로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라 몸소 우리 가운데 오시어, “당신의 몸을 바치셔서 우리를 모든 죄악에서 건져내시고 깨끗이 씻어 주셨습니다”(디도 2,14). 바로 “멜키세덱의 사제직을 잇는 영원한 대사제”(히브 7,17)로서 “단 한번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치심으로”(히브 9,26) 인류의 구세주가 되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단 한번’의 십자가상 제사로 얻어진 구속공로는 우리 위에 내리는 구원 은총의 원천(源泉)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미사성제와 다른 성사들을 통해, 이 원천에서 흘러 넘치는 은총으로 우리에게 오고 계십니다. 우리의 죄와 나약함이 주님의 오심을 계속해서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세주 성탄을 맞는 우리는, 은총으로 오시는 예수님의 구원의 도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길을 모른 채 현세적 부귀영화에만 집착해 살고 이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구세주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면서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여 주어야 하겠습니다. 이처럼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이 구세주 성탄의 사도가 될 때에, 세상은 정의와 평화의 메시아 왕국(이사 9,6)으로 변화되어 갈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이사야 예언자가 “반가와라, 기쁜 소식을 안고 산등성이를 달려오는 저 발길이여... 세상 구석구석이 우리 하느님의 승리를 보리라”(이사 52,7.10)하며 외치듯이 구세주 탄생은 구원을 믿고 바라는 하느님 백성들의 축제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면서, 이번 성탄절에는 은총으로 오시는 예수님께서 여러분 안에 구원의 열매가 더욱 풍성히 맺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굳은 믿음과 희망으로 이 시대를 살아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는 구세주 성탄의 사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쁜 성탄절에 여러분 모든 가정에 아기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가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1993년 예수 성탄 대축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1. 1994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삶

    1994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삶 “이 날이 주께서 마련하신 날, 이 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 알렐루야!”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대자연이 새 생명으로 충만하여 기쁨과 희망의 새 봄을 맞이한 이때에 우리는 영적(靈的) 봄이라...
    Date2012.06.11 Category부활담화 Views553
    Read More
  2. 1994년 사순절 담화문-“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1994년 사순절 담화문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야고보 2,17) 친애하는 형재 자매 여러분! ‘봉사하는 가정의 해’에 거룩한 사순시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사순절은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의 ...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676
    Read More
  3. 1993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하느님께서는 언약하신 대로 다윗의 후손 가운데서 구세주 예수를 보내 주셨습니다

    1993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하느님께서는 언약하신 대로 다윗의 후손 가운데서 구세주 예수를 보내 주셨습니다 (사도 13,23)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구세주 성탄을 기뻐하며 여러분의 가정에 성탄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맨 처음, 무한한 사랑...
    Date2012.06.11 Category성탄담화 Views603
    Read More
  4. 1993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낡은 누룩을 깨끗이 없애 버리고 순수한 반죽이 되십시오”

    1993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낡은 누룩을 깨끗이 없애 버리고 순수한 반죽이 되십시오” (1고린 5,7)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새 생명의 푸른 기운이 온 땅에 가득한 새 봄에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였습니다...
    Date2012.06.11 Category부활담화 Views589
    Read More
  5. 1993년 사순절 담화문-회개하여 “성가정”을 이룹시다

    1993년 사순절 담화문 회개하여 “성가정”을 이룹시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거룩한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은 인류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기 위해 교회가 제정한 참회와 고행의 전례시...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588
    Read More
  6. 1992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목자들이 달려가 보았더니 마리아와 요셉이 있었고 아기는 구유에 누워 있었다”

    1992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목자들이 달려가 보았더니 마리아와 요셉이 있었고 아기는 구유에 누워 있었다” (마태 2,16)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나신 거룩한 성탄절을 맞이하였습니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
    Date2012.06.11 Category성탄담화 Views54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5 Next
/ 25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