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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김인식 대철 베드로 신부

두려움

 

저의 보좌 시절 소소한 즐거움은 수녀님들을 놀래키는 것이었습니다. 성당이나 회합실 구석에 숨어 있다가 수녀님들이 지나가시면 ‘왁’하는 것이었지요. 대부분의 수녀님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으셨고, 저는 그 장난을 참 즐겼더랬습니다. 그런데 수녀님들은 그 당혹스러운 순간에 모두 같은 단어를 말씀하셨습니다. ‘주님’, ‘예수님’ 바로 이 단어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나, 견딜 수 없는 순간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판단을 흐리게 하고 그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게 합니다. 마치 어떤 것도 그 상황에서 나를 구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두려움이란 우리 그리스도인 삶에서 가장 나쁜 원수 가운데 하나라고 말씀하십니다(2020년 6월 21일 연중 제12주일 삼종기도 중). 두려움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길을 걷는 것처럼 우리가 올바른 방향을 찾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를 통해 사람이 하느님의 자비 안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마저 잊고 살아가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군대’라는 마귀를 쫓아내시자 그 고을 사람들은 예수님께 떠나 달라고 청합니다(마르 5,17). 하느님의 영광을 직접 목격한 이들 마저도 두려움을 피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혈하는 여인과 야이로 회당장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절망의 순간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찾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는 죽음을 만들지 않으셨고, 산 이들의 멸망을 기뻐하지 않으신다.”(지혜 1,13)는 것을 알았습니다. 생명이 하느님 안에 있고, 그분이 우리를 구원하신다는 것을 믿었습니다.


우리는 두려운 상황이 닥쳐올 때 가끔은 하느님 아닌 곳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를 구원하시는 분은 하느님 한 분이십니다. 우리는 이 믿음으로 두려움의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악을 물리쳐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매달릴 때 그분께서는 저버리지 않으시고, 더 단단히 우리를 잡아 이끌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우리가 그분의 자녀라는 것을 삶으로 증언할 때입니다. 우리의 발걸음을 저지하려는 어떠한 두려움도 하느님과 함께라면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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