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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재찬 안셀모 신부/ 분도 명상의 집

|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나를 받아 주신 예수님의 그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같은 하느님을 믿는데 왜 사람들은 이리도 신앙심이 다른지요?”

 

제가 6살쯤 되던 해에 할머니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습니다. 당시 시골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삼촌이 살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고심 끝에 대구에서 살고 있던 저의 아버지에게 시골로 들어와 살라고 명하셨습니다. 아버지는 7남매 중에 여섯 째셨고, 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골로 들어가서 살기로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를 돌보아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인지, 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여 모든 것을 버리고 시골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농사를 지으시며 묵묵히 그리고 성실히 살아가고 계십니다. 이 부분은 제가 아버지를 무엇보다 존경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아마 우리 가운데 대부분은 인생에서 한 번쯤 이런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의 상황을 체험하였을 것입니다. 당시의 관습으로는 임신한 여자를 아내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천사의 말을 믿고 따른 요셉 성인처럼 그렇게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승화시켜 그것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감내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회피하거나 자신이 편한 것을 선택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우리는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의 상황이나 받아들이기 힘든 자신의 나약함을 체험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열정적이고 단순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믿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늘 같은 죄를 짓는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교회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합니다. 성탄이 다가오지만 하느님은 더 멀어진 것 같고 아무런 기쁨이 느껴지지 않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이나 갈등의 상황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선택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받아들이기 힘든 자신의 부족함과 과거의 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첫째, 하느님께서 먼저 나를 받아 주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더럽고 지저분하고 짐승들이 살아가는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렇게 마구간처럼 옹졸하고 이기적인 우리 마음 안에서도 태어나고자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말씀과 가르침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지금 당장에는 손해가 오고 불편하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그분의 계획이 우리의 믿음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때 우리는 주님이 주시는 행복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둘째, 하느님의 눈으로, 하느님의 마음으로 일상의 모든 사건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과 사건을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 우리는 마음의 평화 가운데 살아갈 수 있습니다. 힘들게 하는 사람과 사건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성장시켜 주시고 변화시켜 주시기 위해 주신 성탄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셋째, 이렇게 하느님의 눈을 갖기 위해서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크신 마음과 계획을 배우게 됩니다. 나를 사랑으로 감싸 주시는 주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분 안에 머물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때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탄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루 가운데 잠시나마 조용히 눈을 감고 주님의 현존을 느껴 보십시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우리와 늘 함께하시는 성령의 움직임에 자신을 내어 맡기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 보십시오. 


2000년 전에 탄생하신 주님께서 예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오셨듯이 주님께서는 이제 우리의 마음 안에 태어나시고자 하십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우리는 마음의 문을 열고 요셉 성인처럼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도록 합시다. 성탄절이 진정으로 우러나는 기쁨과 감사가 되지 못함은 아마도 우리 마음이 주님과 사람들을 향해 열려 있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저히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한 듯한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며 고요한 침묵 가운에 나의 나약함을 봉헌하고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할 때 우리 각자가 작은 예수님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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