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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8 09:14

교회의 새로운 미래, 생계형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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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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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업적이 아닌 나실현, 그리고 삶
- 아뇨, (결승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인이라는데 대해) 오히려 부담되기보다는, 저는 라흐마니노프와 베토벤이 남긴 유산을 깊게 연주해야 된다는 생각만 있었기 때문에. 저는 오직 그 생각만…
- 사실 콩쿠르에 대해서 가장 관심이 없는 사람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딱 석 달 정도 관심을 받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그렇게 큰 업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 지금도 달라진 건 없어요.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제 실력이 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연습을 하겠습니다.
여태까지도 다른 생각 없이 피아노만 치면서 살아왔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므로 달라지는 건 전혀 없습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지금의 우리 사회는 성적 지상주의를, 그리고 그를 위한 무한경쟁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결과와, 그 결과로 인해 내가 얻을 이익이 중요하지 과정이나 실제 능력, 대하는 자세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합법이란 이름으로 온갖 편법이 동원되고, 법을 어기고도 사회적 권력으로 무마시켜버립니다. 그럴 수 있는 것이 능력이자 지혜로움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능력자, 바보 취급합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렇게 살도록 내몰린 사회에 ‘헬(지옥)’이란 이름을 스스로 붙이고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근본을 깡그리 잊거나 잃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임윤찬이라는 한 인물이 보여준 모습,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은 능력도 놀랍고 예술을 대하는 자세는 더욱 놀랍지만, 동시에 그런 ‘순수’한 ‘예술가’와 그의 ‘예술’을 보며, 전적으로 공감하고 감동받으며 기뻐하는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그것을 반영합니다. SNS, 매체 등을 통해 보이는 ‘잘난척’에 열광하고 자신도 따라 잘난척하고 싶어 했지만, 임윤찬의 ‘잘난’ 모습을 보며 진정으로 자신이 원했던 것도 ‘잘난척’이 아닌 ‘잘난’ 모습임을 ‘기억’해 낸 겁니다. 


반면, 한국교회 주교의 교황청 장관 임명과 추기경 서임에 대하여 교회 언론이 “한국교회의 영광이며 위상을 드높인 쾌거”라고 표현했을 때 많은 이들은 씁쓸함을 드러냈습니다. 어떤 직위에 대해 영광과 위상을 말하는 교회가, 교회답지 않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예술을 멀리한다면 예술에 흥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예술이 예술답지 못하기 때문, 종교를 멀리한다면 종교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종교가 종교답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무늬만 예술, 예술가가 아닌, 무늬만 종교, 종교인, 신앙인이 아닌
- 베토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검토와, 또 검토를 하는 그런 습관을 제 인생에서도 더 기르게 되는 거 같고, 마음에서 나쁜 것을 품으면 음악이 정말 나쁘게 되고, 마음으로부터 정말 진심으로 연주를 하면, 음악도 정말 진심이 느껴지게 되는 게, 음악의 정말 무서운 점이기 때문에… 
- 내가 피아노 잘 치려고 시작한 건데 뭐 하러 관객과 소통을 하냐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근본적으로 더 들어가 보니까 해답을 찾았고, 결국은, 이 음악을 하는 이유는, 어떤 슬픔과 기쁨과, 그다음에 소통을 하기 위해서고… 
- 옛날에는 오직 악보와 피아니스트 사이에서 음악을 찾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더 독창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었어요. 요즘엔 유튜브 같은 것이 생겨 다른 사람 연주를 쉽게 들을 수 있고, 저도 무의식적으로 연주를 따라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옛날 예술가들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에서의 핵심은 ‘나’입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예술적 기예 등을 통해 ‘표현’합니다. 베토벤이 했던 검토는, 자신의 생각과 정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음악으로 표현해 내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악보를 검토하는 게 아니라, 표현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는 자기 자신에 대한 검토, 성찰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그럴 때 그가 만들어낸 음악은 예술이 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도 ‘나’, 곧 ‘나의 하느님’을 찾는 것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교리가 가르치는 대로, 하느님을 모르면서 주워들은 지식을 떠들어대면, ‘예수재이’가 됩니다. 나를 살게 하는 살아계신 하느님을 내가 찾아 알고 믿게 되면, 그리고 그런 하느님을 온전히 구현해 내신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따라 살고자 하면,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예술에서나, 신앙에서나 나의 예술, 나의 하느님을 발견하면, 동시에 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나를 발견한 이, 나를 아는 이, 나를 사랑하는 이는, 이제 비로소 그런 나를 세상에 내어줄 수 있는, 곧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예술가’, ‘신앙인’, ‘종교인’이 됩니다.


- 어떤 울분을 토한 다음에 갑자기 나타나는 어떤, 우륵 선생의, 어떤 가야금 뜯는 소리가, 그런 부분이 있는데, 모든 것을 초월한 상태에 대한… 
- 인간은 음악을 통해 소통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깊은 아픔을 겪었을 때 음악이 탄생하죠.
- (단테 소나타) 이 곡을 이해하려면 신곡을 읽어야 합니다. 여러 출판사 책을 구입해 다 읽어봤어요. 거의 유일하게 전체를 외우다시피 읽은 책입니다.


임윤찬의 스승 손민수 교수는 유학 시절, 지도교수가 고전을 읽고 리포트를 제출하라 한 것을 하지 않았다가, “반쪽짜리 음악가, 손만 돌아가는 기계”가 될 거냐는 얘길 들었답니다. 


예술이 예술이 되면, 그건 예술 따로 나 따로, 가 아닌, 나의 삶 자체가 예술이 됩니다. 무언가 뛰어나고 대단하다는 의미의 예술이 아니라, 진솔하고 삶에 치열하단 의미의 예술입니다. 나의 모든 생각과 삶의 지향이 그대로 가야금, 피아노를 타고 흘러나옵니다. 시와 같은 문학도,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자신의 고통, 울분, 비애, 그리고 희열에 이르기까지, 내 내면의 것들이 있는 그대로, 악기나, 글이나, 기도로 드러납니다. 예술을 하려고, 복음을 전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나를 살다 보니, 복음을 살다 보니, 예술이 되고 복음 전파가 됩니다. 


새로운 개념의 생계형 예술가, 생계형 교회
- 저는 사실은 커리어(경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고, 제가 원하는 것은 사실은, 사실은 다 단절하고 사는 것인데, 그렇게 살다 보면, 제가 수입이 없다 보니… 그래도 활동은 해야 될 텐데, 그래서 저는 그냥, 잘  나가는 그런 피아니스트가 되기는 정말 싫고, 그냥, 어떤 작곡가의 굉장히 큰 뿌리가 되는 음악들, 예를 들어 바흐의 골드베르크나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을 한다든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요새 관심 갖고 있는 쇼스타코비치의 전주곡 등을 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중요하고, 오히려 이 콩쿠르 끝나고, 더 많은 곡을 할 수 있게 돼서, 오히려 그게 더 기대가 됩니다. 
- 산에 들어가고 싶다는 얘기는, 정말 산에 들어가고 싶다는 건 아니고 그저 음악만을 위해서 살고 싶다는 얘기였고,


생계를 위한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겨우겨우 힘들게 연명해 간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쓰였습니다. 예술가가 생계를 걱정하며 예술을 계속해야 되나 고민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예술은 명목이 되고 사회적 인정과 성공을 통한 돈벌이가 목적이 되는 것도, 예술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서, 심지어 종교에서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신부로서의 삶을, 종교인이 아닌 직업인으로 사는 것같이 말입니다.  


임윤찬은,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외적 활동 외에는 음악이라는 본질 자체에 집중하고 싶어 합니다. 새로운 의미의, 긍정적이고 필요한 의미의, ‘생계형 예술가’입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마태 4,4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마태 6,11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 -마르 6,8


근본적 지향은, “필요한”, “한 가지뿐”(루카 10,42)인 그것을 살아갈 수 있음입니다. 그 한 가지를 살 수 있다면, 단지 한 가지만으로 살아가는 게 아닙니다. 그 한 가지가 바로 나를 살리는 모든 것이 됩니다. 그 어떤 수많은 곁가지보다도 충만한 한 가지, 그 모든 곁가지를 다 포함한 한 가지가 됩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아빌라의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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